지리적으로 가까워 '선도'유지, 여행객 경험이 SNS 통해 확산
생맥주 따르는 법 '지도', 국산과 차이 없는 가격도 매력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의 연간 맥주 수출량의 60%를 한국이 수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수입하는 일본 맥주는 거의 전량 규슈(九州) 후쿠오카(福岡)현과 오이타(大分)현에 있는 3개 공장에서 생산된다. 일본 맥주의 인기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후쿠오카현 규슈시 모지(門司)세관 관내를 거쳐 한국에 수출된 맥주는 2017년 7만5천700㎘로 지난 10년간 무려 100배 이상 증가했다고 NHK가 27일 보도했다. 이는 같은 해 일본의 전체 맥주 수출량의 60%에 해당한다.
NHK가 한국 현지 취재를 통해 분석한 대한(對韓) 맥주 수출 폭증 이유는 4가지다.
지리적 요인이 첫 번째다. 수출 물량은 하카타(博多)항구에서 배편으로 부산으로 온다. 하카타항과 부산 간의 거리는 200여㎞로 도쿄(東京)- 오사카(大阪)의 절반 정도다. 거리가 가까워 "선도(鮮度)가 생명"인 맥주를 신선한 상태로 운반할 수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데서 얻는 사용가치를 중시하는 이른바 '고토 소비'를 즐기는 한국인 관광객 증가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다. 일본에서는 이런 소비를 상품소비를 뜻하는 '모노(物)소비'와 구별해 '고토(事)소비'라고 부른다. 상품 소유에서 가치를 찾는 소비와 달리 상품이나 서비스 구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체험에 가치를 두는 소비경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후쿠오카시에 있는 맥주공장에서 한국어를 구사하는 전담 직원이 맥주 맛의 비결을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설명해 준다. 막 생산한 맥주 시음은 특히 인기다. 이런 경험이 SNS를 통해 한국인에게 널리 전파된다.
생맥주 따르는 법도 중요한 요인이다. 생맥주는 따르는 방법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 일본 맥주 메이커들은 맥주를 맛있게 따르는 법을 주점이나 한국가게에서 친절하게 가르치는 방식으로 팬을 만들어 냈다. 캔맥주도 인기가 높다. 슈퍼에서 팔리는 캔맥주는 500㎖들이 4캔 묶음이 캔당 2천500원 정도다. 2천원 정도인 한국 국산 맥주와 별 차이가 없는 가격이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한국의 일하는 방식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 맥주시장을 잘 아는 전문가인 황지혜 씨는 캔맥주의 인기 배경을 "'워라밸'이 중시되면서 회식은 줄고 있지만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가치를 느끼면서 만족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원 이석수(34) 씨는 퇴근 후나 휴일에 일본 캔맥주를 마시면서 스포츠 중계를 보는 게 업무의 긴장에서 벗어나 해방감을 느끼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특집을 취재한 NHK 기자는 한국 요리를 먹으면서 직접 마셔본 결과 일본 맥주는 약간 매운 한국 음식과도 아주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정치적으로는 양국관계가 삐걱대고 있지만 적어도 일본 맥주와 한국 요리는 궁합이 기가 막히게 잘 맞는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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