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위와 일인자는 달라…꼭 세계대회 우승하겠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2019년 한국 최고의 바둑 기사로 호명됐을 때, 신진서(18) 9단은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진서는 28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열린 2018 바둑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기사상(MVP)을 받고 수상 소감으로 "예상은 전혀, 아예 생각도 안 했다"고 말했다.
아직 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을 놓친 아쉬움이 진하게 남은 영향이 컸다.
신진서는 천부배 결승에 진출해 첫 세계대회 우승 기대를 키웠으나 지난 26일 최종 3국에서 중국의 천야오예 9단에게 패해 준우승을 거뒀다.
신진서는 MVP 시상에 앞서 남자기사 다승상, 승률상, 연승상을 받으면서도 "이 자리가 기쁜 자리가 돼야 하는데, 반성의 자리가 된 것 같다. 내년에는 더 잘해서 기쁜 마음으로 받겠다"고 준우승의 아쉬움을 먼저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신진서는 세계대회 우승의 열망이 크다.
시상식 후 만난 신진서는 "MVP를 제가 받아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연히 정환이 형(박정환 9단)이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MVP 투표 1위와 2위가 박빙이라고 해서 저는 김지석(9단) 형이 2등이고 제가 3등인가 했다"고 얼떨떨해했다.
신진서는 올해 한국 바둑 랭킹 1위에도 오르고 국내외를 넘나드는 활약을 했다. 하지만 자신이 진정한 일인자가 되려면 세계대회 우승 타이틀 꼭 필요하다며 스스로 채찍질을 가하고 있다.
그는 "내년이 마지막이다. 일인자가 되려면 내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더 잘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어 "저는 다른 기사보다 더 조급해해야 한다. 내년에는 최대한 빨리 세계대회에서 우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부배에서 경험을 쌓았고, 곧 바이링배라는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은 다행이다.
신진서는 내년 1월 13일 바이링배 4강에서 중국의 구쯔하오 9단과 맞붙는다. 구쯔하오를 꺾고 결승에 오르면 1월 15일부터 결승 3번기에 나서 또 한 번 우승에 도전한다.
신진서는 "천부배는 당연히 아쉬울 수밖에 없다. 느낀 점이 있다. 바둑 실력 외적으로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우승을 하려면 불리한 상황에서 정신력과 같은 부분을 준비해야 했다. 그런 부분에서 밀린 게 아닌가 싶다"고 돌아봤다.
이어 "바이링배에서는 지금보다 더 많이 준비하겠다. 이번 보다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며 "구쯔하오와는 인터넷 바둑으로 300판을 넘게 둬서 서로를 잘 안다"고 각오를 다졌다.
신진서는 "2016년에는 더 빨리 세계대회 우승을 할 줄 알았는데 자만이었다. 경솔했다"고 반성하고 "랭킹 1위와 일인자는 다르다. 예정보다 책임감은 느끼지만 부담은 아직 없다"며 일인자를 향한 의욕을 불태웠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