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며 시작한 정개특위 2R…쟁점 건건이 난타전 예고

입력 2018-12-28 19:25   수정 2018-12-29 11:00

비틀거리며 시작한 정개특위 2R…쟁점 건건이 난타전 예고
활동기간 연장 후 첫 소위 회의부터 파행·불발 잇달아
민주 "1월 합의해야" 한국 "개헌논의도 필요" 강조점 대조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 기간이 여야 합의로 내년 6월 30일로까지 늘어나 선거제도 개혁 논의도 '제2라운드'에 돌입한 형국이다.
지난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득표율에 정비례하는 의석배분 선거제도)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고 합의한 가운데 나온 이번 특위 활동 기간 연장은 선거제 개혁의 불씨 살리기에 가깝다.
그러나 그 5당 합의의 문구를 두고서도, 연동형에 사활을 건 바른미래, 민주평화, 정의 등 야 3당은 연동형 "도입" 합의라고 적극적 해석을 하는 반면, 연동형에 부정적인 자유한국당은 "검토" 합의라며 선을 긋고 나서 개혁 논의는 애초 난항을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연동형 도입에는 찬성한다면서도 한국 실정에 맞는 '부분 연동형' 도입을 시사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겹쳐 선거제 개혁을 위한 합의 방정식은 더 고차수로 이동한 상태다.
특히 각론을 들여다봐도 의원정수 확대 등 조정,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비율, 개헌 논의 여부 등을 놓고 여야 간 견해차가 커 선거제 개혁 논의가 속도를 내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원내 1당이자 집권당으로서 개혁의 키를 쥔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선거제를 바꾸려면 정개특위 산하 정치개혁1소위에서 늦어도 내년 1월 중순까지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민주당 소속 김종민 1소위 위원장은 지난 26일 소위 비공개회의 후 기자들에게 1월 20일쯤까지 특위 차원의 합의안을 만들고 정치협상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27일 열린 선거제 개혁방안을 의한 당 의원총회에서도 "앞서 5당 원내대표가 한 합의에 근거해 1월 20일까지 정개특위안을 만들 것"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한국 현실에 맞는 연동형 의석 배분을 위해선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비율을 3 대 1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비례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면 2 대 1이 바람직하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최소 3 대 1 정도로 하자는 논리를 편다.
의원정수 확대를 비판하는 여론을 의식해 이에 대해서도 소극적이며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
이에 견줘 한국당은 선거제와 권력구조의 연관성을 언급하며 개헌논의를 전제하는 선거제 개혁론을 편다.
이런 스탠스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등장과 함께 더욱 굳어지는 양상이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발표된 여야 5당 원내대표 합의문에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곧바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논의를 시작한다"라는 문구를 담아내는 데 주도적으로 역할 했다.
이는 연동형을 적용하면 일상이 되는 다당제와 연립정부는 대통령중심제(대통령제)보다는 의회중심제(의원내각제)와 궁합이 맞는 것이라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다.
한국당은 나아가 민주당이 주장하는 3 대 1 의석배분 비율은 의석수 확대가 수반되기 때문에 여론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며 손사래 친다.



정개특위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28일 열린 1소위에서 "민주당 주장대로 3 대 1로 하면 40석 늘리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며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의원이 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연동형의 위헌성을 주장한 자당 정유섭 의원을 '사기'라고 비판한 데 대해 사과를 요구하면서 이날 열린 1소위는 시작 20분 만에 파행했다.
정 의원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당 투표로 전체 의석 배정을 결정하면 지역구에서 많이 당선될수록 비례대표를 배정받지 못하는 희한한 결과가 초래된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위헌성을 주장한 바 있다.
정개특위는 이날 1, 2소위를 동시 가동하기로 했지만 1소위가 파행하자 오후 2소위도 열리지 않았다.
올해 마지막 본회의를 전날 마친 이후 번지는 세밑 파장 분위기가 작용한 탓도 있겠지만, 정개특위의 앞날을 미리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법에 따르면 21대 총선의 선거구는 선거일 1년 전인 내년 4월 15일까지 획정돼야 하지만, 정개특위 논의가 이처럼 지지부진하다면 그 기한까지 완료된 새로운 제도에 의한 선거구 획정은 요원할 뿐이다.
정개특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개특위가 연장되면서 반드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여야가 주요 쟁점에서 공방만 벌이다 기한을 놓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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