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소상공인 '주휴수당' 충돌…전문가 "완충지대 모색해야"

입력 2018-12-30 06:11  

정부-소상공인 '주휴수당' 충돌…전문가 "완충지대 모색해야"
소상공인 "헌재에 위헌명령심사 청구" vs 정부 "추가 부담 없다"
"최저임금 보완책 찾아야"·"5인 미만 사업장엔 유예해야" 제언도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김연숙 기자 =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연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주휴시간(유급으로 처리되는 휴무시간)을 최저임금법에 명문화하면 법 위반 사업자가 늘고, 편법적인 '쪼개기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명령심사를 청구하겠다고 압박했다.
반면 정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은 30년간 해오던 행정지침을 명문화할 뿐 달라지는 건 없다"는 논리로 이들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개정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행령 개정 후 영세 사업장 적용 유예 등을 추진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줄이는 보완책을 찾는 쪽으로 절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 경영계 "기업부담 늘어"…"정부 "달라지는 것 없어"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31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이르면 당일 헌법재판소에 위헌명령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나아가 이들 영세 사업자들은 최저임금 제도개선을 촉구하며 대규모 집회 등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다.
양측이 그야말로 정면충돌로 치닫는 양상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주휴수당은 근로기준법에 들어가는 건 맞지만, 최저임금법에 포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위헌명령심사 청구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고 주휴수당까지 부담으로 작용하면 범법자가 속출하고 쪼개기 근로가 늘어 고용주와 근로자 모두 손해"라며 "주휴수당 폐지 등 관련 사안을 공론화해 재검토해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8천350원으로 오르지만, 월급으로 계산할 때에는 209시간(주휴시간 포함)을 기준으로 고시해야 한다.
한 영세 사업주는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실질적 최저임금은 1만30원이 되고, 4대 보험 등을 고려하면 한 달 지급액은 200만원이 넘는 셈"이라며 "이는 중소기업 등 정규직 초임 수준이어서 사업주 입장에선 덜 주는 방안을 연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병덕 경기도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범법자가 되든지 생업을 그만두든지 택일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면서 "소상공인들은 생존을 걸고 저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저임금 산정 시 근로 제공이 없고 임금만 주는 시간을 제외하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번 개정안이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이 29.1%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나 영세·소상공인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선진국에 거의 없는 주휴수당, 불합리한 임금체계와 최저임금 산정방식, 영세업자의 부담능력 등을 고려해 정부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서 주휴시간을 빼달라는 경영계 요구는 여러 면에서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30년 동안 일관되게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행정지침을 유지했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설명이다.
따라서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은 30년간 시행한 이 같은 지침을 명문화한 것 뿐으로, 실제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주장이다.



◇ 전문가들 "최저임금 인상 부담…비용 최소 해법 모색"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행령 개정을 둘러싼 이번 논란이 실질적으로 주휴수당의 유무 자체에 대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시행령 개정의 취지는 그동안 법에 애매모호하게 표현한 부분을 정비하겠다는 것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고, 새로 부담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므로 기업의 부담이 커진다는 주장은 침소봉대"라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저임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경기침체·소비부진 등 경제 상황과 맞물리면서 논란으로 번졌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주휴수당 폐지 논란까지 점화되면서 혼란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논란이 다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다 보니 논란이 증폭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줄이는 보완책을 마련하고 주휴수당에 대해선 영세업자에 한해 완충 방안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은 보다 능동적으로 보완책을 찾아가면 된다"며 "이익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도 "대기업, 중견기업들은 사실상 관련 규정을 지켰을 것이고, 현실적으로 영세 사업자가 이를 준수하는 데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시행령을 개정하더라도 종업원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을 유예하는 등의 완충지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indigo@yna.co.kr,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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