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체복무안 반대목소리에 고심…"입법예고기간 의견수렴"

입력 2018-12-29 11:23   수정 2018-12-29 12:58

정부, 대체복무안 반대목소리에 고심…"입법예고기간 의견수렴"
'36개월 교정시설 합숙근무' 확정에 인권단체들 "징벌적" 반발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36개월 교정시설 합숙근무로 대체복무안이 확정되면서 인권 및 시민단체들이 반발하자 정부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1·2차 공청회를 거치면서 정부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있을 것으로 충분히 예견했으나 단체들의 반발 강도가 예상보다 커서다. 주무 부처인 국방부는 여론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9일 "입법 기간에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며 "인권 및 시민단체가 접촉을 원하면 기꺼이 만나서 의견을 들어볼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법안 수정 여부에 대해서는 "인권 단체들의 의견이 이치에 합당한지 들어볼 것"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국방부는 전날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으며, 내년 2월 7일까지 이 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 제정안은 양심, 종교 등의 사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대체역(대체복무요원) 복무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심사를 거쳐 36개월간 교정시설에서 합숙 근무하도록 했다. 교도소와 구치소 등 교정시설에서 취사와 물품 보급 등 강도 높은 노동을 수반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법무부는 대체복무자들을 교도소내 의료 병동에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의료 병동은 24시간 환자를 돌봐야 하는 고된 일을 하는 곳이라고 법무부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는 대체복무자들에 대해서도 현역병이 제대 후에 받는 예비군 훈련에 상응하는 대체복무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현역병의 예비군 훈련시간의 두 배 만큼 교정시설에서 근무하거나 사회 봉사활동을 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예비군 편성 기간은 현역병(전역 후 8년)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역 복무 여부를 판정하는 '대체역 심사위원회'는 국방부 소속으로 설치된다.
헌법 제19조에 따른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현역, 보충역 또는 예비역 복무를 대체해 병역을 이행하기 원하는 사람은 입영일이나 소집일 5일 전까지 대체역 심사위원회에 대체역 편입 신청을 할 수 있다.
신청인이 신청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해 제출하거나 거짓으로 진술한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종교인과 변호사 등이 다른 사람을 대체역으로 편입시킬 목적으로 증명서, 확인서 등 서류를 거짓으로 발급하거나 거짓으로 진술할 경우에도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전날 최영애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국방부가 발표한 대체복무제 도입안이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 국제인권기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국방부의 법률안은 현행 제도와 비교할 때, 복무 영역이나 기간 등 구체적인 복무내용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내용의 법률안이 그대로 제정된다면,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해 노력해온 당사자와 시민사회는 물론 큰 기대를 가지고 주목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참여연대 등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역복무와의 형평성'과 '소수자 보호'를 모두 고려한 합리적인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많은 논의가 이뤄졌지만, 정부안에는 결국 가장 징벌적인 요소만이 집약돼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지 말라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판결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반인권적인 방안"이라며 "과거 수십 년간 이어진 인권침해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은 조금도 담기지 못한 대체복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three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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