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靑민정수석 운영위 출석…여야, 운영위원 교체 '화력 보강'
민주, 철통 방어 vs 한국, 대대적 공세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김보경 기자 = 청와대 전 특별감찰반원인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 사태와 관련,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을 하루 앞둔 30일 여야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 운영위에 나오는 것은 2006년 8월 당시 전해철 민정수석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여야는 김 수사관이 폭로한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노골적으로 국회를 정쟁의 장으로 변질시키려 한다며 철통 엄호를 준비하는 모습이며, 한국당은 의혹 제기를 주도해온 의원들로 운영위원을 보강하며 대대적 공세를 예고했다.
◇ 운영위 핵심 쟁점은 '개인 일탈' vs '조직적 사찰'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는 31일 오전 10시 열리는 운영위의 목적을 '현안보고'로 규정하고, 임 비서실장과 조 수석 두 명을 출석시키기로 했다.
이번 운영위의 핵심 쟁점은 김 수사관이 작성한 각종 보고서가 민주당 주장처럼 '개인 일탈'인지, 한국당 주장처럼 '조직적 사찰'인지가 될 전망이다.
앞서 김 수사관은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에 관한 첩보를 보고했으나, 여권 인사의 비위 의혹이라는 정치적 이유로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청와대와 민주당은 이인걸 전 특감반장의 제지 후 김 수사관이 불법 첩보 활동을 중단했다며, 김 수사관이 이명박·박근혜정부 때의 비뚤어진 관성으로 일탈한 것이라고 해명해왔다.
일부 첩보는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이미 언론에 보도된 '함량 미달' 보고였다는 점도 지적했다.
반면, 한국당은 민정수석실 소속 6급 공무원 신분이었던 김 수사관을 '청와대의 손발'로, 조 수석과 그 윗선을 '몸통'으로 각각 비유하면서 조 수석의 책임론을 제기해왔다.
특히 고건 전 총리 장남의 비트코인 투자,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사퇴 등에 관한 조사는 민간인 사찰 또는 블랙리스트 작성이라며 공격했다.
따라서 임 실장과 조 수석이 이 전 특감반장,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등 공식라인을 통해 김 수사관의 보고 내용을 직접 인지하고 묵인했는지에 우선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당은 만에 하나 조 수석이 이를 몰랐다고 하더라도 청와대 기강 해이를 추궁하며 임 실장과 조 수석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수사관이 애초 문재인정부 청와대에 들어오게 된 경위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대검 감찰본부는 감찰 결과 김 수사관이 건설업자 최모 씨에게 특감반 발령을 위한 인사청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김 수사관을 발탁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나온 만큼 조 수석이 이 같은 인사청탁 시도와도 관련이 있는지 역시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 민주·한국, 난타전 불가피…'창과 방패' 전략은
한국당은 휴일인 이날 오후에도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를 소집해 운영위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아울러 대규모 사·보임을 통해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소속 의원을 운영위에 투입해 화력을 보강했다.
새 진용은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김도읍 진상조사단장, 송언석·이만희·이양수·최교일·강효상·전희경·곽상도 의원 등 10명 체제로 갖췄다. 새로 보임된 의원들은 상당수가 검찰과 경찰 출신이다.
한국당은 김태우 전 특감반원이 작성한 각종 보고서가 '조직적 사찰'의 증거라고 부각하면서 청와대와 민주당이 이번 사안을 '개인 일탈'로 규정해 의혹을 덮으려 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비판할 계획이다.
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민간인 사찰 DNA가 없다'던 이 정부가 역대 정부와 똑같이 민간인을 사찰하고, 비리 보고를 묵살하고,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또 출석이 예정된 임 실장과 조 수석 이외에 특감반 비리 의혹과 연관된 청와대 백원우 민정비서관, 김형연 법무비서관,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과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의 출석도 요구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도 사·보임을 통해 운영위원 중 강병원·권미혁 의원을 빼고 법조인 출신인 박범계·박주민 의원을 투입, 맞불을 놨다.
박범계 의원은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지내 청와대 사정을 잘 알고, 박주민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활동 중인 만큼 법리 공방에 능하다는 평이다.
민주당은 또, 한국당이 운영위에 김도읍 의원 등 한국당 내 청와대 특감반 의혹 진상조사단 의원들을 대거 투입하려는 것에 대해 제척 사유가 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한국당 진상조사단이 임 비서실장과 조 수석 등을 검찰에 고발한 만큼 고발 당사자들이 피고발인에 질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최소한 고발장을 직접 검찰에 제출한 김도읍 의원만큼은 회의나 질의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한국당이 이를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아울러 한국당이 이날 오후 청와대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의 출석을 추가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국회법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권미혁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국회법상 위원회가 증인을 부르려면 늦어도 7일 전에 위원장 요구서가 발부돼야 한다"며 "한국당의 요구는 명백히 국회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임 실장과 조 수석이 각종 의혹에 대해 있는 그대로 해명하면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운영위원장을 맡은 홍영표 원내대표의 경우 31일 문재인 대통령과 예정된 청와대 오찬 회동을 당·청 간 전략을 가다듬는 '작전타임'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서영교 원내수석부대표는 통화에서 "한국당이 운영위를 정쟁화하려고 작정을 한 듯하다"며 "그래 봐야 범죄 혐의자로 해임 요청된 자의 거짓 폭로를 증폭하고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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