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5대 주요 은행의 은행장들은 내년 우리 경제를 다소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우리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평균 2.5%로 제시했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내년에 2차례 올리지만 우리나라는 인상할 여력이 없어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단, 한미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영향에 대해서는 시각이 갈렸다.
◇ 내년 GDP 성장률 전망, 국민 2.4%, 하나 2.5%, 신한·우리·농협은 2.6%
31일 연합뉴스가 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주요 은행장들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은행장은 내년 우리나라 경제가 2.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은행이 2.4%로 가장 비관적이었고, 하나은행이 2.5%로 그 다음이었다. 신한·우리·농협은행은 2.6%로 상대적으로 좋게 봤다.
하지만 주요 은행장의 평균 전망치는 다른 기관과 비교했을 때 낮은 편이다.
우리 정부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6∼2.7%로 제시했고, 한국은행은 2.7%로 내놓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 경제가 내년에 2.8% 성장할 것으로 봤다.
국내 경제연구기관 중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6%,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7%, 산업연구원은 2.6∼2.7%의 성장을 전망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미중 무역갈등, 선진국 통화정책의 정상화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높고, 국내 주력산업의 수출경쟁력이 약화하는 등 경기 둔화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내년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흐름을 전망했다.
함영주 하나은행장은 여기에 "국내 부동산 시장 위축과 기업투자 심리 위축 등에 따른 건설과 설비투자의 부진이 지속하면서 국내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반기 2.6%, 하반기 2.5%로 내년 한해 2.6% 성장을 예측한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내년 정부의 대대적인 재정확대 정책의 시행이 경기 급락을 방어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올해보다 내년 성장률이 낮아지지만 "주요국의 내년 경제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어 한국 경제만의 특수한 위기 상황으로 볼 필요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주요 은행장들은 내년 유망 업종으로 제약(신한·우리·농협은행), 음식료(국민·하나은행), 반도체(국민·우리은행) 등을 주로 꼽았다.
위성호 행장은 제약업종이 "혁신 신약 개발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업체들의 연구·개발(R&D) 확대 등이 맞물려 수출 중심의 성장"을 할 것으로 봤고,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트럼프케어로 미국 수출에 대한 긍정적 신호가 호조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함영주 행장은 음식료가 "곡물 가격 안정화로 원가 부담이 크지 않아 성장성과 수익성이 양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태승 행장은 반도체가 "올해보다 수익성은 다소 하락하지만 여전히 견조한 수요를 바탕으로 주축 산업으로서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대훈 행장은 다만 "메모리 수요 약세, 미·중 갈등 심화의 유탄 가능성 등으로 성장 확대는 요원에 시장에서 반도체 중심의 전자부품 산업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장들은 내년 부진 업종으로 역시 자동차(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를 가장 많이 지목했다. 철강(국민·우리·하나은행), 디스플레이(국민·신한은행), 이동통신단말기/휴대전화(국민·신한은행)로 전망하기도 했다.
철강은 자동차·건설 등 전방산업 부진의 영향이, 디스플레이와 이동통신/휴대전화는 중국과 경쟁 심화가 그 이유로 제시됐다.
◇ 내년 미국은 기준금리 2회 인상, 우리나라는 동결 유력
내년 미국과 한국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일치했다.
주요 은행장들 모두 내년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2회 올릴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연준이 통화정책회의 직후 공개한 점도표(dot plot)를 통해 내년 인상 횟수 전망치를 종전 3회에서 2회로 하향 조정해 예상된 바다.
손태승 행장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나타난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보면 내년 금리인상은 두 차례에 그칠 것"이라며 "다만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의 하방 위험 등이 가시화되면 금리인상 속도가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장들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내년에 기준금리를 올릴 상황이 아니라고 봤다.
함영주 행장은 "경제 여건 악화로 내년에 GDP(국내총생산) 갭(실질GDP와 잠재GDP 차이) 마이너스 폭이 추가로 확대되며 정책금리 동결의 주요 배경이 될 것"이라며 "부동산 규제 강화 영향과 글로벌 차원의 주택경기 조정으로 시장 관망세가 이어지고 가계부채 증가도 억제돼 금리인상의 필요성이 약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대훈 행장은 "내년에 자영업자, 중소기업체 등 경제 하부구조의 기반 약화를 상정할 때 통화정책의 긴축 여력이 충분하지는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단, "대외금리 불균형 심화 속에 자본유출, 원화 약세의 급격한 진행 등 금융시장 혼란을 대비한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특히 예고된 투자 활력 정책이 실물 전반에 실효성을 보일 경우 인상 여력은 제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인 은행장도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한미 금리차 확대에 따른 잠재적 자본유출 우려가 커질 경우 이를 고려한 한 차례 인상 가능성이 잠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은행장들 전망대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2회 올리고, 우리나라는 동결하면 한미간 금리차는 더 확대된다. 이는 우리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부담이 된다.
하지만 주요 은행장들은 대체로 내외금리차 확대에 따른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봤다.
손태승 행장은 "대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가 자본유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경상수지가 내년에도 양호한 흑자로 예상되고 높은 대외 신인도 등 거시건전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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