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일손 달리자 자녀 채용 후 보조금 받아…구청서 징계하자 소송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자녀를 보육 도우미로 채용한 일로 보조금 환수에 어린이집 운영정지 위기까지 몰린 한 어린이집 원장이 구청을 상대로 불복 소송을 내서 이겼다.
자녀 채용을 사실대로 보고하고 보조금을 받은 경우 부당한 보조금 수령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의 한 구청장을 상대로 "보조금 반환 명령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A씨 승소 판결을 내렸다.
어린이집 운영자이자 원장인 A씨는 지난해 5월 어린이집 보육교사 2명이 퇴직해 일손이 달리자 자녀를 '보육 도우미'로 채용했다. 구청에도 이 같은 변동 사항을 신고하며 인사기록카드에 두 사람이 가족이라는 점을 기재했다.
A씨는 '어린이집 지원시스템'을 통해 자녀 몫에 대한 보육 도우미 보조금을 신청, 석달간 217만여원을 받았다.
구청은 그해 말 A씨가 '어린이집 원장은 친인척을 보육 도우미로 채용할 수 없다'는 관련 규정을 위반해 보조금을 부당 수령했다며 보조금을 반환하라고 명령했다. A씨가 반환 기한까지 보조금을 돌려주지 않자 1년간 어린이집 운영정지 처분도 내렸다.
A씨는 "친인척을 보육 도우미로 채용한 경우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는 걸 몰랐고, 자녀를 채용하면서 구청에 이를 보고한 만큼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받은 게 아니다"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객관적 사실관계를 따진 재판부는 "A씨가 자녀를 보육 도우미로 채용할 때 보육 도우미 보조금 지급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A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400장가량의 '서울시 보육사업 안내'에는 친인척 채용 시 보조금 지급이 제한된다는 내용이 있지만, 담당 공무원이 '어린이집 지원시스템'에 등록한 사업계획에는 이런 취지의 기재가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만약 A씨가 이런 내용을 알았다면 자녀를 채용하면서 인사기록카드에 친인척 관계 등을 사실대로 기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가 보조금을 신청할 때도 '친인척 채용 금지'라는 안내가 없었다며 "A씨의 경우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수령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보조금 반환 명령 처분 등은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 관계자는 "A씨가 친인척 채용 사실을 그대로 보고한 만큼 보조금 지급 여부에 대한 행정청의 심사를 방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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