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날에도 예년처럼 신년사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1월 1일 공개되는 북한 최고지도자의 신년사에는 한해 국정 운영 지침과 국제사회에 던지는 대외 메시지가 담기기에 세계의 이목을 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북미 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시점이라 김 위원장이 새해 벽두에 내놓을 메시지가 북미 간 간격을 좁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은 이번 신년사를 통해 대외적으로는 대북제재 완화를 촉구하고 대내적으로는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발전을 강조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미국을 향해서는 1차 북미정상회담 합의사항의 신속한 이행과 대북제재 완화를 촉구할 것으로 점친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북한이 북미협상 교착 국면에서도 미국을 향해서는 과거처럼 과격한 언급이나 표현을 최대한 자제해왔다는 점을 꼽는다. 실제로 북한은 그동안 미국과 대화의 판 자체는 깨지 않겠다는 신호를 곳곳에서 보여왔다.
대북 비핵화 협상을 위한 미국의 의지도 여전히 강한 편이어서 우리에게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든다. 미국은 최근 북한을 향해 유화적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았다. 지난 26일 열린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지원하기 위해 대북제재에 유연성을 발휘했고, 대북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타미플루 제공의 길도 터줬다. 최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미국인의 북한 여행금지조치 재검토 방침을 밝히면서 "북한과 신뢰를 쌓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미·중 간 대북공조 복원 움직임도 북미협상 재개에 유리한 여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겐 긍정적인 변화라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0일 전화통화를 통해 무역 분쟁 해결을 위한 후속 조치와 함께 북핵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국제사회는 지난 1일 '무역 휴전'에 합의한 미·중 정상이 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를 눈앞에 둔 시점에 전화 회담을 가진 것을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미·중 양국의 대북공조 복원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일정을 내놓지 않은 채 미국의 유화 제스처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외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실무협상을 거쳐 정상회담 개최라는 '바텀업(bottom-up)' 협상을 앞세우지만, 북한은 정상 간 통 큰 합의를 하고 후속 논의를 실무선에 맡기는 '톱다운(top-down)' 방식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 관한 진전된 입장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많다. 이틀 후 김 위원장이 내놓을 신년사가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로 이어지는 유의미한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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