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루앙제, 2차대전때 유대인 어린이 스위스로 빼돌려 구조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2차대전 당시 프랑스의 유대인 어린이 수백 명의 목숨을 살린 레지스탕스 영웅 조르주 루앙제가 지난 28일 별세했다고 프랑스 쇼아기념관이 30일(현지시간) 밝혔다. 향년 108세.
루앙제는 2차대전 당시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점령당했을 때 나치의 눈을 피해 유대인 어린이들을 프랑스-스위스 국경지대에서 몰래 도주시켜 수백 명의 목숨을 살린 레지스탕스(대독항전 조직) 대원이었다.
1910년 스트라스부르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프랑스 육군에 복무하던 당시 1940년 나치의 점령군에게 전쟁 포로로 붙잡혔다.
독일의 수용소로 보내진 그는 금발과 푸른 눈 덕분에 유대인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있었고, 우여곡절 끝에 수용소를 탈출해 프랑스로 돌아온 뒤 OSE라는 유대인 어린이 구호단체에 비밀리에 가입했다.
OSE는 프랑스의 유대인을 조직적으로 색출해 아우슈비츠 등 강제수용소에 보내던 독일에 맞서 1943∼1944년 유대인 어린이들 수백명을 구조해 스위스로 도피시켰다.
이때 루앙제는 유대인 어린이들에게 "재미있는 공놀이를 할 것"이라고 말한 뒤 국경에서 공을 힘껏 차 스위스 쪽으로 넘긴 뒤 아이들에게 힘껏 공을 쫓아가라고 하는 방식으로 어린이들의 목숨을 구했다.
유대인 아이들을 장례식에 참석하는 추모객으로 위장시킨 뒤 묘지 관리인의 사다리를 빌려 몰래 묘지 밖으로 빼내 프랑스 국경 밖으로 도피시키기도 했다.
루앙제가 2차대전 당시 이렇게 프랑스에서 구해낸 유대인 어린이는 최소 35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나치 독일은 2차대전 기간 프랑스의 유대인 7만5천명을 색출해 강제수용소로 보내 학살했는데, 어린이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루앙제는 2차대전 종전 후에는 레지스탕스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정부로부터 십자 무공훈장과 레지옹 도뇌르 훈장 등을 받았다.
그는 프랑스 유대인레지스탕스협회(ARJF) 회장을 역임하는 한편으로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화해를 위한 재단 설립에 관여하는 등 종교 간 평화 노력에도 헌신했다.
프랑스 파리의 쇼아(Shoah) 기념관은 이날 웹사이트에 추모의 글을 올리고 그를 "매우 비범했던 분으로 그가 했던 싸움은 계속 우리의 마음속에 남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쇼아'는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뜻하는 히브리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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