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조업 외국어선 대신 남북 어선 가득 찬 우리 해역 기대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새해에는 남북 어민들이 함께 서해 평화수역에서 조업하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
신중근(53·남) 인천 연평도 어촌계장은 2019년 기해년(己亥年) 1월 1일 새해 소망을 이같이 밝히면서 "이 소망은 나뿐만 아니라 연평도 어민 모두의 염원"이라고 강조했다.
서해 평화수역은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남북한 정상이 군사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 남북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기로 합의하면서 첫 단추가 끼워졌다.
그러나 서해 NLL 기준 등면적으로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자는 우리측 제안에 북측이 난색을 보이면서 진전이 더뎌진 상태다.
신 어촌계장은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연평도 인근 NLL에서 불법조업 하는 중국어선도 대폭 줄었다"며 "중국어선이 늘 NLL 우리 해역을 점령하고 불법조업을 할 때면 마음이 아팠는데 저 해역에서 남북 어민들이 함께 조업하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새해 정부가 연평도 어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그는 "서해 평화수역은 남북 평화를 실현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연평도 어민들에게는 생계가 달린 일"이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연평도 어민들을 빼놓고 북측과 모든 것을 논의하고 있다. 올해 남북 논의가 재개되면 정부가 꼭 어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45년간 가동이 중단된 '연평도 등대'가 재점등해 '평화의 상징'이 되길 기대하기도 했다.
해양수산부는 남북 관계 개선에 따라 연평도 조업여건 변화를 고려해 연평도등대를 재점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평도 서남단 해발 105m 지점에 있는 연평도등대는 1960년 3월 설치돼 전국에서 몰려드는 조기잡이 배의 길잡이 역할을 했다. 하지만 등대 불빛이 간첩의 해상 침투를 쉽게 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1974년 1월 가동을 중단했다.
해수부는 지난해 8∼10월 3차례에 걸쳐 현지 실사를 진행해 보수작업을 거치면 재점등에 문제가 없는 점을 확인했다.
신 어촌계장은 "북측의 포격 도발은 사라졌지만, 그 상흔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어민들은 다가오는 '남북평화'에 대해 의심하기도 한다"며 "연평도등대가 재점등하게 되면 연평도가 '평화의 상징'이 되고 어민들도 남북평화를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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