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대일로 길목마다 '빚의 덫' 논란…케냐서도 논쟁 촉발

입력 2018-12-31 11:11  

中 일대일로 길목마다 '빚의 덫' 논란…케냐서도 논쟁 촉발
현지언론 "빚 못 갚으면 몸바사 항구 운영권 내줘야 할 수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이 참여국을 '빚의 덫'에 빠뜨릴 수 있다는 논쟁이 한창인 가운데 아프리카 케냐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벌어졌다.
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아프리카 현지 온라인 매체 '아프리칸 스탠드'(African Stand)는 케냐 남부의 몸바사 항구 운영권이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케냐 수도 나이로비와 몸바사를 잇는 고속철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케냐 철도 회사가 중국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할 경우 몸바사 항구 운영권을 중국수출입은행이 가져갈 수 있다는 보도였다.
케냐 최대의 항구 운영권이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보도에 케냐 전체가 술렁였고,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부랴부랴 기자들과 만나 이를 부인했다.
케냐타 대통령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아프리칸 스탠드의 보도를 '선동'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면서 "우리는 철도 대출의 상환 스케줄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으며, 케냐의 개발을 위해 이런 대출은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우리를 식민지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도우려는 것"이라며 "중국뿐 아니라 일본, 프랑스, 독일, 미국 등도 케냐에 돈을 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케냐타 대통령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중국 일대일로 사업을 둘러싼 '빚의 덫'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유럽 등으로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은 상대국에 대규모 투자와 차관, 경제협력 등을 약속하면서 일대일로 프로젝트 동참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일대일로 참여국의 주권이 침해되고, 대규모 차관을 갚지 못할 경우 전략적 자산이 중국에 넘어가는 '빚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일대일로 사업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앙골라, 잠비아, 콩고공화국 등의 천연자원과 케냐의 항만, 철도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사회간접자본이 중국 측 채권자의 손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케냐는 아프리카에서 세 번째로 대중국 부채가 많은 국가이다. 고속도로·철도 건설 등으로 인해 중국에 진 빚은 98억 달러(약 11조원)에 달한다.
케냐가 일대일로 참여국인 스리랑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스리랑카의 마힌다 라자팍사 전임 대통령은 전통적인 재원 조달 창구였던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대신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차관을 도입해 인프라 투자 등을 벌였다.
이에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 항구는 2010년 중국의 대규모 차관을 재원으로 건설됐다.
하지만 함반토타 항구의 상업적 이용이 저조해 적자가 쌓이자, 스리랑카 항만공사는 2016년 항구 지분의 대부분을 중국 국영 항만기업 자오상쥐(招商局)에 매각하고 99년간 항구 운영권 또한 넘겨줘야만 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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