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제궁 "파면된 것에 대해 거짓말로 복수하는 것" 비난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수행비서를 하다가 스캔들로 파면된 전 보좌관이 최근까지 마크롱과 메신저로 연락하며 대통령에게 조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대통령실 직원이었던 알렉상드르 베날라(26)는 30일(현지시간) 탐사보도 매체 메디아파르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최근까지도 마크롱 대통령과 인스턴트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대해 대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많은 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가령,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대통령이 내게 물어오는 식"이라면서 "치안 문제나 특정 인물에 대한 생각, '노란 조끼' 집회 같은 것들"이라고 말했다.
베날라는 "내 말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면 대화 내용이 내 전화기에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는 최근 자신의 외교관 여권 사용이 문제가 되면서 대통령과 연락이 끊겼다고 덧붙였다.
BFM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자신이 마크롱 대통령과 지난 24일까지 문자를 주고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베날라는 올여름 프랑스 정가의 핵으로 떠오른 이른바 '보좌관 스캔들'의 당사자다.
마크롱의 대선 캠프 경호원을 거쳐 대통령 수행비서로 엘리제궁에 입성한 그는 지난 5월 1일 파리 시내 노동절 집회에서 경찰용 진압 장구를 착용하고 젊은 남녀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이 알려져 파면됐고,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대통령의 사설 경호원 출신 20대 비서가 권한 남용을 일삼으면서 경호실과 경찰의 지휘체계를 무력화한 사건으로 비화했고, 마크롱의 지지율 하락세를 고착화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엘리제궁은 31일 베날라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파면된 것에 대해 거짓말로 복수를 하고 있다"고 부인하고, 앞으로 베날라 스캔들 건에 대해서는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베날라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직권남용으로 파면된 뒤에도 대통령과 사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크롱으로서는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베날라는 최근 몇달 사이에는 아프리카 콩고와 카메룬, 차드 등지의 정부 관계자와 접촉하면서 프랑스 관련 대관(對官) 컨설턴트로 변신해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의 수행비서를 지낸 이력을 내세워 사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불거진 가운데, 그가 자신에게 발급된 외교관 여권을 최근까지도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엘리제궁은 지난 22일에는 베날라에게 기밀정보 발설 금지와 대통령의 측근인 것처럼 행동할 경우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내용의 경고서한도 보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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