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의료인 폭력사건 방지 대책, 병원 전반으로 확대해야"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서울 대형병원에서 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의료계가 충격에 빠졌다.
1일 의료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서울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진료 상담을 하던 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려 사망했다.
의료계는 이번 사건이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의료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실제 여러 병원에서 의료진을 상대로 한 환자와 보호자의 폭행 사건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강원 강릉의 한 병원에서 장애등급 판정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망치로 병원 컴퓨터 등 기물을 파손하고 진료 중인 의사를 주먹으로 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환자는 국민연금공단이 장애등급을 3등급으로 판정해 장애수당이 줄어들자 장애진단서를 발급한 의사에게 불만을 품고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달 전북 익산에서는 술에 취해 손과 발로 병원 응급실 의사를 폭행해 코뼈를 골절시키는 등 중상을 입힌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특히 응급실은 병원 내에서도 의료진이 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곳이다.
이번 의사 사망 사건이 벌어지기 불과 하루 전에는 인천 부평구 인천성모병원 응급실에서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 화가 난다며 의사를 폭행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상당수 병원 폭행이 응급실에서 이뤄지다 보니 대책 마련도 응급실을 중심으로 추진됐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은 '응급실 폭행 방지 대책'을 내놨다.
대책에는 응급실에 보안 인력을 의무적으로 배치하고 폭행범에 대한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대응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국회에서도 지난달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폭행과 관련한 처벌을 강화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응급실에서 응급의료 종사자를 폭행해 다치게 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천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도 3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으며 사망에 이르게 하면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
하지만 이번 신경정신과 살해 사건으로 응급실뿐 아니라 병원 전반적으로 안전한 진료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건을 '의사 피살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의사협회는 "이번 사건은 응급실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내 어디에서든 의료진을 향한 강력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정신질환자에 대한 막연한 오해나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고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의료인 대상 폭력사건에 대한 사회 전체의 문제 인식 제고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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