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비핵화 확인하되 '플랜B'도 첫 거론…북미관계 어디로

입력 2019-01-01 12:05   수정 2019-01-01 13:35

金, 비핵화 확인하되 '플랜B'도 첫 거론…북미관계 어디로
비핵화·2차 북미정상회담 언급 통해 대미 대화기조 재확인
'새로운 길' 가능성도 거론하며 '양면 메시지'…美 '상응조치'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일 오전 발표한 2019년 신년사 육성 연설의 대미 메시지는 2차 정상회담을 포함한 대화의 강력한 의지를 밝히면서도 일방적인 양보는 강요하지 말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김 위원장이 대화를 지속할 의지를 보이면서도 협상 진전을 위해서는 미국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만큼 미국 측이 제공할 수 있는 '상응 조치'와 관련한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육성 신년사에서 미국을 향해 "(6·12) 조미 공동성명에서 천명한 대로 두 나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라며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으며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특히 미국이 '고질적 주장에서 대범하게 벗어나'서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원칙'에서 '공정한 제안'을 내놓고 '올바른 협상 자세와 문제 해결 의지'를 갖고 임한다면 원하는 '종착점'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자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제재 압박으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도 주장했다.
김 위원장의 이런 언급은 일견 긍정 및 부정 입장을 고르게 배치한 것으로 보이나 10여개 문장 가운데 대부분에 대화 의지를 담고 부정적 표현은 한 문장이어서 일단 대화 지속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지난해와 비교하면 '사무실 책상 위 핵 단추'와 '핵탄두·탄도로켓의 대량생산' 등 직접적 위협을 담은 표현이 사라졌다.
이런 변화는 최근 미국이 내놓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미국인 방북 허용 검토와 남북철도 연결 착공식을 위한 제재 면제 동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북한 인권 관련 연설 취소 등을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그와 동시에 비핵화 합의를 위해서는 세부적인 조건과 미국의 태도 측면에서 아직은 '부족하다'는 입장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 교류사업에 대한 일부 제재 면제나 북미 간 얽힌 사안들에 대한 변화 '검토'의 수준을 넘어 최근 북한이 목소리를 높이는 제재 해제 등을 비롯한 더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협상이 풀릴 수 있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결국 김 위원장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핵·미사일 실험 중단 등 자신들이 기존에 취한 조치들에 미국이 우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기본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이 바라는 핵 신고와 검증 등 결정적인 추가 비핵화 조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9·19평양공동선언에 명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동창리 발사장 폐기 등으로 '현 단계' 자신들의 비핵화 카드를 국한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결국 김 위원장은 한미연합군사훈련 및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중단, 평화체제 구축 등 비핵화의 조건을 제시하면서 기존에 취한 조치와 영변 핵시설 폐기 제안에 대한 미국의 답을 요구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미국의 제재·압박 일변도가 계속될 경우 모색할 수 있다고 밝힌 '새로운 길'도 '플랜B'에 대해 김 위원장이 처음 운을 뗀 것이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11월 2일 북한은 '외무성 미국연구소 권정근 소장 논평'을 통해 "관계개선과 제재는 양립될 수 없는 상극"이라며 미국의 태도에 따라 핵무기 개발과 경제건설의 '병진노선'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대미 메시지를 내 놓았다. 결국 김 위원장이 거론한 '새로운 길'은 당시 논평과 일맥상통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고유환 교수는 "미국이 답을 내 놓을 차례이며, 제기한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비핵화를 할 수 있으며,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일방적 비핵화를 요구한다면 결국 새로운 길을 갈 수 밖에 없다고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전직 외교안보 분야 관리는 "미국에 대한 김 위원장 메시지는 양면적이다. 잘 되면 좋지만 잘 되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며 "김 위원장이 '새로운 길'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만큼 북한 내부에서는 그럴 상황에 대비한 실무적 준비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이 신호에 대해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향후 북미 협상 전개에 있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미국이 취한 '유화 제스처'의 방향에서 추가적인 조치가 약속된다면 예상보다 빨리 북미 고위급회담 및 2차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고, 일정 수준의 '비핵화-상응조치' 관련 일괄타결 안이 도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새로운 길이 있을 수 있다고 위협했지만 방점은 (비핵화를 언급한) 앞에 있는 것 같다"며 "언제든 북미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으니 북미 정상회담은 속도를 붙어서 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실무선에서 상응조치 관련 어떤 분석을 내놓더라도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측면에 공감대가 있는 만큼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대북 제재 문제를 거론한데서 보듯 북한이 미국의 상응조치로 제재 완화 내지 해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추가적인 북한의 비핵화 조치 없이 북한이 원하는 바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아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대북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곧 민주당이 미 의회 하원을 실질적으로 장악하는 상황에서 행정부가 전향적인 대북 조치에 부담을 느낄 여지도 있다.
또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우리는 이미 더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데 대해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 왔다"고 한 대목은 전형적인 '핵보유국'의 논리 전개라는 지적과 함께 향후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북미대화 부분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는 방향으로 가려는 것 같다"면서 "아직 미국의 조치가 부족하니 제재 해제 등 상응 조치가 선제적으로 있어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노선으로 갈 수 있다고 취지의 부분은 (미국으로서) 부담스러운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hapy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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