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서울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가 지난달 31일 진료 중에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한 사건으로 병원 내 안전문제가 새해 큰 과제로 떠올랐다. 고인은 우울증과 불안장애 분야 논문 100여편을 발표하고 한국형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 마련에도 크게 기여한 전문가여서 더욱 안타깝다.
고인의 동료인 의료계 인사가 그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확산하고 있는 추모 그림 속 메시지는 "살인을 막지 못하는 의료환경에 분노합니다"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기 집계한 '의료진 폭행·협박현황'에 따르면 의료진을 위협하거나 물리적으로 폭행하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등의 행위는 2016년 578건, 2017년 893건, 2018년 상반기 582건으로 해마다 늘었다. 응급실에서 의사나 간호사가 술에 취한 사람에게 구타를 당하는 등의 피해는 더욱 우려스럽다. 국립대병원 응급실 내 폭행·난동 건수만 해도 2014년 8건에서 2015년 15건, 2016년 39건, 2017년 33건, 2018년 9월까지 38건에 달한다.
심각한 응급실 폭력행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는 응급의료 방해행위 등에 대한 사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예방책으로는 미흡하다. 응급실 이외 진료공간과 병원 행정부서를 포함해 병원 전반의 안전도를 높이는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학술단체인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임세원법' 을 제정해 유사 피해를 막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위급상황 때 의사들이 대피할 수 있는 뒷문을 만드는 등 안전책이 포함된다고 하는데,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실효성을 갖추기를 기대한다.
의료진을 향한 폭력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는 중대 범죄다. 이번 강북삼성병원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범행 동기와 과정을 철저히 가려내 무관용 대응한다는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다만, 이번 사건의 피의자가 조울증 환자였다는 점을 들어 조울증 등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더해지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경찰 수사가 마무리돼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기 전까지 추측만 가지고 정신질환자의 범죄 연관성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신질환자가 체계적 치료와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나가는 것도 이번 사건이 던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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