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환 선장 "모두 함께 해낸 일"…대통령도 감사 전화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 24일.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에서 승객 195명과 승선원 4명 등 199명을 태우고 항해하던 여객선 블루레이 1호(199t)가 가파도 근해에서 좌초됐다.
배의 방향을 조정하는 타기실에 물이 들어오는 등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빠른 구조로 단 한 명의 사상자 없이 상황이 종료됐다. 이 같은 구조는 무전을 받고 빠르게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 양정환 선장(55)의 덕이 컸다.
양 선장은 사고가 발생한 날 오후 2시 40분께 가파도 근처에서 여객선이 좌초됐다는 무전을 받았다.
당시 그는 마라도에서 태운 승객을 내려주기 위해 산이수동항에 자신이 운항하던 송악산 101호(139t)를 정박한 상태였다. 양 선장은 10여 분 뒤 다음 승객을 태우기 위해 다시 마라도로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주저 없이 사고가 난 가파도로 배를 돌렸다.
양 선장이 소속된 '마라도 가는 여객선'도 제주운항관리센터에서 사고 소식을 접하자마자 마라도에서 배를 기다리는 승객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선장은 배를 돌린 지 20분 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 당시 블루레이 1호에 탑승한 승객 195명을 안전하게 태우고 제주 모슬포항 인근의 운진항으로 들어왔다.
또 사고로 블루레이 1호가 운항하지 못하게 되자, 마라도에서 대기 중인 승객 96명을 운진항까지 대신 수송해주기도 했다.
이군선 '마라도 가는 여객선' 안전부장은 "블루레이 1호가 소속 회사는 다르지만 신경 쓰지 않고 인명 구조에만 집중했다"며 "평소 서귀포시 대정읍·안덕면 지역 여객선과 유람선, 해경 등과 민관 자율협조체제를 구축해놓고 있어서 사고 시 더욱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선행이 알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첫날인 1일 양 선장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전화 통화에서 "당시 200명 가까운 승객을 신속하게 구조해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부른다"며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양 선장은 이에 "바다에 있는 사람이라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특별히 제가 잘한 것은 없다"며 자신을 낮췄다.
그러면서 "당시 승선원과 해경, 어선까지 모두 함께 신속하면서도 침착하게 대응한 것이 그런 결과를 만든 것 같다"고 답했다.
양씨는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 해낸 일"이라며 언론과의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했다.
또 지난달 제주해양경찰청이 감사의 뜻으로 전달한 '제주해양경찰 수난구호 업무유공 명패'도 같은 이유를 들며 극구 사양하다가 민간구조 참여 확산을 독려한다는 취지를 존중해 뒤늦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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