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인구학적 위기"…산아제한 폐지 시점 관심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한 가정, 한 자녀 정책' 폐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중국의 신생아 수가 1천500만명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일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를 인용해 2018년 중국의 신생아 수가 1천500만명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이런 신생아 추정치가 공식적으로 확인될 경우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면서 "2018년이 중국 인구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신생아 수 감소를 경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에 '인구통계학적 위기'를 몰고 올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월 하순 인구 통계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지만, 중국 지방정부의 발표 자료를 토대로 추정할 때 작년 중국의 신생아 수는 2017년에 비해 200만명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의 이푸셴 연구원과 베이징(北京)대 수젠 교수는 공동 논문을 통해 중국이 인구에서 장기적인 하락 추세에 진입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들은 "2018년은 중국 인구의 역사적인 전환점으로 기억될 것"이라면서 "중국 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노령화 문제는 가속화되고, 경제적 활력은 약화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과거의 잘못된 인구 정책 때문에 한때 세계 인구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했던 중국은 점차 늙고 약한 인구를 거느린 소규모 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궈타이쥔안(國泰君安)증권의 화창춘(花長春)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작년 신생아 수가 1천400만명 수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면서 신생아 감소가 중국의 경제·사회 발전에 광범위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2016년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고 '한 가정, 두 자녀' 정책을 실시한 후 출산율 급증을 점쳤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2016년 신생아 수는 2015년의 1천655만 명에서 1천788만 명으로 일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017년의 신생아 수는 중국 정부의 다양한 출산 장려 정책에도 불구하고 1천723만 명으로 다시 줄어들었다.
부동산 개발 업체인 에버그란데 그룹의 런즈핑 이코노미스트는 '두 자녀 정책'에도 출산율을 높이는 데 실패했다면서 산아제한 정책을 즉각 철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은 1979년 강력한 인구억제를 위해 강력한 '한 자녀 정책'을 시행했다.
위반자에게는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며 출산을 엄격히 규제했다.
중국 정부가 강압적인 방식으로 한 자녀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수많은 임신부가 낙태를 강요당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후 중국 정부는 저출산·고령화로 인구 감소가 예상되자 2016년부터 두 자녀까지 낳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하지만 치솟는 주거비와 자녀 교육비, 한 자녀 정책에 익숙한 관습 등의 여파로 둘째 아이를 낳는 가정이 줄어들자 출생률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작년부터 강도 높은 출산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3월 국가기구 개편을 통해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를 해체하고 국가위생건강위원회를 신설했다.
가족계획 또는 산아제한을 의미하는 국가기구 명칭에서 '계획생육'을 없앤 것은 산아제한을 철폐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중국 우정 당국이 돼지해를 앞두고 지난해 공개한 간지(干支) 기념우표의 도안에는 어미 돼지 부부와 함께 새끼 돼지 3마리가 그려져 있어 중국 정부가 머지않아 산아제한을 완전히 폐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jj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