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증오로 가득 찬 군중" 비판…시위대 "귀머거리 대통령" 반발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란 조끼' 시위에 대한 저자세에서 탈피, 정면 돌파를 선언하면서 잠잠해지던 프랑스의 시위 정국이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노란 조끼' 시위대를 "증오로 가득 찬 군중"라며 비판하자 시위대 측이 강력히 반발하며 지지자들에게 이번 주말 재집결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노란 조끼 시위대 활동가들은 1일(현지시간) 소셜 미디어에 마크롱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면서 오는 5일 파리에서 제8차 집회를 여는 등 계속 집회를 열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이들 활동가는 추가 집회가 지난달 31일 저녁 신년사에서 나타난 '귀머거리' 대통령의 선동적인 공격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북서부 도시 르망 근교에서 텐트를 치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15명의 활동가는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도발로 규정하고 "그는 다시 불을 지폈다"라고 주장했다.
교사인 36세의 이사벨은 "대통령이 한 말에 화가 났다. 나는 그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에 완전히 귀를 막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라고 분노를 표시했다.
야당 지도자들도 마크롱 대통령의 공격적인 노선을 비판했다.
최대 야당 블록인 보수성향의 공화당 측은 대통령의 연설이 (이전의 입장에 대한) "완전한 부정"이라고 지적했으며, 극우 지도자인 마린 르펜은 마크롱의 말들이 "사기꾼의 말"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현지 LCI TV가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시청자의 30% 미만이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노란 조끼 시위대에 대한 지지율도 50% 미만으로 떨어져 시위 초기의 70% 이상에서 크게 하락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31일 저녁 신년사에서 '노란 조끼' 시위와 관련한 기존의 입장을 바꿔 시위에 구애받지 않고 실업급여와 공무원 조직 감축, 연금 등에 대해 중단없이 개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들은 증오로 가득 찬 군중의 대변인일뿐이고, 국회의원과 경찰, 기자, 유대인, 외국인, 동성애자 등을 표적으로 하고 있다"며 무관용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수년간, 우리는 현실을 노골적으로 부정해왔다. 일을 덜 하면서 돈을 더 벌 수는 없고, 세금을 줄이면서 정부지출을 늘릴 수는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크롱의 이런 연설 내용은 '노란 조끼' 연속 시위와 관련해 또 한 번 국민에게 고개를 숙일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정면대응'을 선언한 것으로 평가됐다.
프랑스에서는 유류세 인하 요구로 시작돼 서민경제 전반의 개선을 요구하는 '노란 조끼' 시위가 지난해까지 7주째 이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란 조끼' 시위가 거세게 번지자 지난달 5일 유류세 인상 계획을 철회한 데 이어 지난달 10일에는 대국민 담화에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최저임금 인상, 저소득 은퇴자의 사회보장세 인상 철회 등을 발표했다.
'노란 조끼' 집회는 1차 때인 지난 11월 17일 전국에서 29만명이 집결한 것을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 집회를 이어왔으며, 최근 그 규모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이번 마크롱의 정면돌파 선언이 어떤 결과를 부를지 주목된다.
노란 조끼 시위대는 오는 12일에는 중부도시 부르주에서 제9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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