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상원에 해당하는 헌법수호위원회는 1일(현지시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 이란이 가입하기 위한 법률을 반려하고 의회(마즐리스)로 환송했다.
헌법수호위원회는 이날 알리 라리자니 의회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해당 법률의 내용 중 이란 헌법과 종교적 규율에 어긋나는 부분이 여전히 수정되지 않아 반려한다"고 전했다.
앞서 헌법수호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의회를 통과한 이 법안을 11월 되돌려 보내면서 수정을 요구했다. 이에 의회는 지난달 수정안을 가결해 다시 헌법수호위원회에 보냈지만 이날 다시 거부됐다.
이날 반려된 법안은 FATF가 정한 국제기준인 유엔 테러자금조달방지(CFT)를 위한 국제협약을 따르는 내용이다.
지난해 6월 처음 해당 법안을 제출한 이란 정부는 미국의 제재에 맞서 핵합의를 유지하려는 유럽과 달러화에 독립적인 금융 거래를 하려면 이 기구에 서둘러 가입해야 한다며 의회를 설득했다.
애초 이 유럽-이란 간 금융 거래 시스템은 미국의 2단계 제재가 복원되는 지난해 11월 이전에 가동될 예정이었으나 해를 넘겼다.
FATF는 현재 이란과 북한을 2단계의 '고도 주의 요구'(블랙리스트. 자금세탁방지제도에 중요한 결함이 발견돼 거래에 특별히 주의해야 하는 국가) 해당국으로 분류한다.
이 기구의 가이드라인은 반드시 지켜야 할 필요는 없지만,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다른 회원국 대부분이 이를 이유로 해당 국가와 금융 거래를 제한한다.
FATF는 이란이 이 블랙리스트에서 빠지려면 이 기구가 정한 가이드라인 10개 항을 올해 2월까지 모두 지키라고 통보했다.
유럽과 교역을 강화해 미국이 복원한 제재를 돌파하려는 이란으로서는 FATF의 블랙리스트에서 빠져야 한다. 유럽이 이를 핑계로 유럽-이란 간 금융 거래 시스템 가동을 차일피일 미룰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이란 보수세력은 레바논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하마스 등 중동 내 친이란 무장 정파에 대한 지원을 서방이 간섭할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CFT를 따르게 되면 이란 금융기관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유엔이 조사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유럽이 미국의 제재를 무릅쓰고 이란과 교역, 금융 거래를 계속하겠다고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않았는데 이란이 섣불리 이에 가입해선 안 된다고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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