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무혐의 강력 주장…러, 윌런에 자국 영사접촉 허용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에서 지난달 말 간첩 혐의로 체포된 40대 미국인 남성의 가족이 그의 무혐의를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AFP·로이터 통신,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 체포된 미국인 폴 윌런(48)의 쌍둥이 형제 데이비드 윌런은 1일 가족을 대변해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의 아들이자 형제인 폴이 모스크바에서 체포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그의 결백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그의 권리가 존중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데이비드는 "폴은 제대한 미 해병대원이며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중이었다"면서 "지난달 28일부터 가족과의 교신이 끊겼다"고 전했다.
데이비드는 지난달 31일 언론 보도를 통해 폴이 체포된 것을 알게 됐다면서 "우리는 그의 안전과 건강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폴 구명을 위해 미국 변호사, 국무부 등과 접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은 지난달 28일 모스크바에서 미국인 폴 윌런이 간첩행위를 하던 도중 체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러시아 형법에 따르면 간첩행위를 한 자는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관련 정보를 주러 미국대사관에 알렸다고 밝혔으며 미 국무부는 러시아 외무부로부터 미국인 구금 정보를 공식적으로 통보받았다고 확인했다.
폴은 러시아 여성을 아내로 맞은 이라크 파병 해병대 동료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지난달 22일부터 모스크바를 방문 중이었으며, 결혼식 전날인 28일부터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폴이 캐나다에서 태어났으나 최근에는 미국 북동부 미시간주 도시 노비에서 거주해왔다고 보도했다. 그는 해병대 근무 기간 이라크에 여러 차례 파병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미 언론을 인용해 1994년 해병대에 입대한 윌런이 몇 차례의 절도 혐의를 받고 2008년 강제 퇴역했다고 전했다.
윌런은 제대 후 러시아에 사무실을 둔 미국 컨설팅 회사 켈리 서비시스(Kelly Services)에서 근무하며 여러 차례 러시아를 방문했고, 지난 2016년 초 미국 자동차 부품 회사로 옮겨 보안팀 책임자로 일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자동차 부품 회사는 러시아에 지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미국과 러시아가 냉전 이후 최악 수준으로 평가되는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터졌다.
미 당국은 러시아가 해킹 등의 방식으로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했다고 비난하고 있으며, 지난해 7월에는 29세의 러시아 여성 마리야 부티나가 크렘린궁의 지시를 받아 워싱턴 정계에 침투하려 한 혐의로 미국에서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러시아는 윌런에 대한 자국 영사 접촉을 허용했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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