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당 복스, 안달루시아의회 진출 이후 첫 중앙정치 진출 노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의 극우 포퓰리즘 성향의 정당 복스(Vox·'목소리'라는 뜻)가 당장 총선이 치러질 경우 하원에서 최대 45석을 획득하는 이변을 낳을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독재자 프랑코의 오랜 철권통치로 극우 정당이 발붙이기 어려웠던 스페인의 정치지형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2일(현지시간) 스페인 일간 엘문도와 시그마도스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당장 총선이 치러지면 어느 정당에 표를 주겠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13%가 복스를 꼽았다.
이를 의석수로 환산하면 하원 전체 350석 중 43∼45석에 해당한다.
시그마도스가 지난해 7월 실시한 같은 여론조사 당시 복스는 원내 의석 확보에 실패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여당인 사회노동당의 지지율은 22.6%로, 당장 총선이 치러지면 92∼96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우파 국민당(PP) 19.2%, 중도 시민당이 18.8%로 순으로 나타났다.
집권 사회당이 급진좌파 포데모스 혹은 카탈루냐나 바스크에 기반한 민족주의 소수 정파들과 연대해도 과반의 집권은 불가능한 반면에, 국민당·시민당·복스가 연대한다면 과반을 차지해 집권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복스의 약진은 40여년 전 독재자 프란시스 프랑코의 사망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한 이후 극우가 차지할 정치적 공간이 거의 없었던 스페인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복스는 이미 최근 치러진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회 선거에서도 12석을 차지하면서 이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어 국민당과 시민당은 최근 안달루시아 지방정부의 연정 구성에 합의하면서 복스 역시 집권 연정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스페인에서 극우 정당이 중앙과 지방을 아울러 의회에 진입한 것 자체가 1975년 스페인 민주화 이후 처음이었다.
특히 안달루시아는 집권 사회노동당(PSOE)의 지지층이 두터운 지역이어서 이번 선거 결과는 상당한 이변으로 평가됐다
2013년 창당한 복스는 이민 유입에 강하게 반대는 우익 민족주의 성향의 정당으로, 현 정부의 포용적 이민정책과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반대하고 있다.
낙태법 강화, 가정폭력 방지법 폐지를 주장하는 등 반(反) 여성주의 성향도 띤 것으로 평가된다.
일간 엘파이스의 칼럼니스트 루벤 아몬은 지난달 칼럼에서 "복스의 반(反)유럽연합, 반(反)세계화 구호는 이민자 유입과 무슬림에 대한 공포, 일차원적인 사고와 역사적 미신에 기반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마테오 살비니나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처럼 그것은 외국인 혐오에 기반을 둔 극우정당"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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