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기둔화 재확인에 美기업들 우려 확산
무역전쟁 부메랑? "트럼프 강경정책 힘들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의 간판 IT기업 애플이 실적전망을 낮춰잡은 데 따른 충격파가 확산하고 있다.
가장 먼저 불안을 느끼는 쪽은 미국의 정보통신(IT) 업체들이 밀집한 실리콘밸리일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 통신은 2일(현지시간) 애플이 올해 1분기 실적을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은 미국 금융가에 흉조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에는 애플을 위시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대기업들이 올해 선전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작년 하반기에 되풀이된 주가 급락 때문에 이들 기업이 저평가돼 있을 수 있다는 게 그 근거였다.
그러나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토로하며 스스로 비관론으로 돌아서면서 그런 기대는 찬물을 맞았다.
실제로 시장분석기관들에서는 IT기업들의 실질적 부진을 전망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레피니티브의 IBES 자료에 따르면 미국 IT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은 작년 3분기에 29%였다가 4분기에 12%로 둔화할 것이며 올해 1분기에는 고작 2%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물론 이 같은 전망에는 글로벌 경기둔화, 특히 중국의 부진이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주요 신흥시장들에서 몇몇 난제를 예상했지만 특히 중화권 경제악화의 수준을 내다보지 못했다"고 매출전망 조정의 사유를 밝혔다.
중국은 저가 생산비용을 앞세운 고도성장기에서 이탈해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으며 부채를 토대로 한 호황의 끝물에서 금융위기 위험에 직면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미국과 고율 관세를 주고받는 무역 전쟁까지 치르고 있어 경제여건이 더욱 악화될 위기에 몰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경기둔화가 애플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NYT는 애플의 갑작스러운 발표가 불확실성이 커지는 중국 시장에서 길을 찾으려는 미국 기업들, 특히 IT기업들의 역량에 대한 우려를 부채질한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IT기업들에 대한 비관론이 무역 전쟁의 새 변수로 돌출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무역 전쟁 과정의 중국에 대한 공격으로 오히려 애플과 같은 미국 간판 기업이 타격을 받기 때문에 미국의 무역 공세가 더 신중해질 수 있다는 추론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매출전망 하향 조정은 세계 1, 2위 경제 대국(미국과 중국)의 긴장 때문에 미국이 어떻게 역풍을 맞을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증거로 미국 경제가 무역 전쟁에도 불구하고 계속 빨리 성장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확신이 근본부터 흔들리게 됐다"며 "동시에 중국의 경제성장이 다수의 예상보다 더 빨리 악화하면서 무역 전쟁 양측 진영 모두에서 승자가 나오지 않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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