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노조 한발씩 양보…고용안정·노사협의체 구성 등 4개 안 도출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김선호 기자 = "대학은 비정규교수(시간강사)의 고용안정을 저해하지 않고, 불합리한 구조조정으로 최소한 생존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강사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전국 대학 중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한 부산대 시간강사 노조가 17일 만에 대학과 시간강사를 대량해고하지 않는다는 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조는 3일 오전 전호환 총장과 만나 2018년 단체협약안에 합의했다.
합의안에는 '강사법이 시행돼도 시간강사를 대량해고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비롯해 '시간강사 강의시수를 축소할 수 있는 졸업학점 축소, 대형강좌·온라인 강좌 확대 등을 논의할 노사협의체를 구성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또 대학이 강사법 입법 예고 이후 필요할 경우 노조와 협의해 강사규정을 제·개정할 수 있도록 했다.
노조가 현행 25명에서 20명으로 낮춰 달라고 요구한 교양강좌 폐강 기준은 추후 노사협의체에서 협의하고, 전임교원 퇴직 시 교양강좌는 교양교육원 승인을 받아 담당 학과 등에서 개설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노조는 지난달 31일 대학 측과 실무교섭을 벌였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자 이날 대학의 성실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전호환 총장과 만나 4개 항으로 된 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조와 대학은 애초 주장했던 것보다 서로 한발씩 양보해 통 큰 합의를 이뤄냈다.
박종식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분회장은 "강사법이 처우 개선과 신분 보장이라는 좋은 취지에도 재정 부담을 느낀 일선 대학은 시간강사를 해고하려 했다"며 "이번 합의는 대학과 노조가 노력해 시간강사 대량해고를 막는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했다.
전 총장은 노조가 합의를 알리는 기자회견장에 나와 이번 합의의 의미를 설명하며 박 분회장과 손을 맞잡았다.
전 총장은 "시간강사 관련 정부 예산을 많이 받으려고 노력했지만, 총장으로서 한계도 많았다"며 "시간강사 1천300명 중 노조원 130명 의견만 수용할 수는 없었지만, 더 좋은 안이 있다면 수용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며 정부가 강사법 시행에 따른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와 대학은 합의안을 바탕으로 4일 오후까지 세부 단체협약을 작성할 예정이다.
92.46%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한 부산대 시간강사들은 지난달 18일부터 대학 본관 앞에서 천막을 치고 파업농성을 해왔다.
앞서 경상대, 경북대는 시간강사 노조와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합의했지만, 영남대, 대구대 등은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 측이 시간강사 해고 방침을 밝혀 갈등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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