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노화성 뇌 질환에 동반하는 뇌세포 손상이 면역체계의 공격에 의한 것임을 시사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2일(현지시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자체 과학자들이 수행한 초파리 실험에서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NIH 산하 신경질환·뇌졸중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Neurological Disorders and Stroke)의 수석연구원인 에드워드 지니거 박사가 주도한 실험 결과는 전문학술지 '셀 리포츠(www.cell.com/cell-reports/home)에 실렸다.
이 보도자료에 따르면 연구원들은 Cdk5 유전자의 활동성에 변화를 주는 실험을 했다.
전임상 연구를 보면 이 유전자는 초기의 뇌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루게릭병((ALS;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같은 신경변성 질환(neurodegenerative diseases)과도 연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앞서, Cdk5 유전자의 활동성이 변하면 유전적 노화 과정이 빨라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렇게 유전자를 조작한 초파리는 정상 개체보다 일찍 죽었고, 생의 말기에 잘 기거나 날지 못했으며, 신경변성 뇌 손상 징후가 더 많아졌다.
Cdk5 유전자에 변화를 주면 특히 노화 초파리의 뇌에서 도파민 배출 신경세포가 사멸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이는 파킨슨병 환자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추가로 진행된 초파리 실험 결과는 또한 Cdk5 유전자 조작이 개체의 자가포식 기능을 둔화시켜 신경세포의 사멸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자가포식(autophagy)은 제한적이고 통제된 방식으로 손상된 세포를 제거하는 세포의 '쓰레기 처리' 시스템이다.
그런데 자가포식이 둔화하면 이번에는 동물의 면역체계가 신경세포를 공격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유전적으로 자가포식 기능을 복원하거나 면역체계의 신경세포 공격을 차단하면, Cdk5 조작에서 비롯되는 도파민 배출 신경세포의 감소를 막을 수 있다.
이렇게 자가포식이 멈추면 광범위하고 파괴적인 면역체계가 가동되는 연쇄반응을 과학자들은 주목한다.
몇 가지 신경변성 질환이 진행되는 동안 인간의 뇌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이런 부분을 파고들면 새로운 치료 목표와 전략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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