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서 잠든 김태연 지사, 98년 만에 고국 품으로

입력 2019-01-03 17:47  

상하이서 잠든 김태연 지사, 98년 만에 고국 품으로
中 정부, 우리 정부에 유해 봉환 긍정적 의향 표명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TAI Y KIM'
3일 찾아간 중국 상하이시의 외국인 묘역인 만국공묘(萬國公墓)의 한 무덤.
잔디밭에 놓인 네모난 표지석에는 아무 설명 없이 한국인임을 추정할 수 있는 알파벳으로 된 이름만 짧게 적혀 있었다.
한국인 추모객이 최근 다녀간 듯 표지석 옆에는 시들지 않은 꽃다발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곳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임시의정원 의원이자 무장 항일투쟁 단체인 구국모험단을 이끌었던 김태연 지사(1891∼1921년)의 무덤이다.
서른 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뒤 이국땅에 묻힌 김 지사의 유해가 사후 98년 만에 그가 생전 그토록 꿈꿨던 독립된 대한민국의 품으로 돌아오게 될 전망이다.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우리 정부에 김 지사의 유해를 한국에 봉환할 수 있다는 의향을 알려왔다.
김 지사 유해 송환 방침을 끌어내기까지 우리 정부는 그간 물밑에서 중국 정부를 꾸준히 설득하는 노력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 이후 급랭했던 한중 관계가 최근 회복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중국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는 큰 역사적 계기를 맞은 한국에 호의의 제스처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 독립운동의 중심지였던 상하이에서 활동하다가 숨진 독립운동가들은 당시 임시정부 청사에서 멀지 않은 징안쓰루(靜安寺路)의 외국인 묘지에 안장됐다.
그러나 이 묘지가 상하이 도심 재개발로 사라지면서 독립운동가들의 유해는 수차례 이장을 거쳐 현재 쑹칭링(宋慶齡·1890∼1981) 능원의 한쪽 구석에 자리 잡은 외국인 묘역인 만국공묘로 옮겨졌다.
한중 수교가 이뤄지면서 이곳에 있던 임정 2대 대통령 박은식 선생과 신규식·노백린·김인전·안태국·윤현진·오영선 지사 등의 유해가 한국으로 옮겨졌지만 직계 후손이 없던 김 지사의 유해는 만국공묘에 남아 있었다.

한국으로 이장을 마친 애국지사들의 무덤이 있던 자리에는 이미 유해를 대한민국으로 옮겼다는 설명이 적힌 표지석이 놓여 있었다.
김 지사는 3·1운동 직후인 1919년 5월 상하이로 망명해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많은 한인이 독립운동 거점인 상하이로 몰려들던 시절 김 지사는 여운형 등과 함께 상해대한인거류민단을 조직해 한인들의 자치 활동을 이끌었다.
그는 임시의정원 의원으로 임시정부 활동에 참여했으며 이듬해인 1920년에는 구국모험단 참모부장을 맡아 군자금 모집, 폭탄 등 무기 구입, 일본 관청 파괴 및 일본 관리 암살 등 무장 투쟁을 전개했다.
또 김 지사는 1921년 상해의 한인 자녀들의 교육 기관인 인성학교의 교장을 맡아 동포들을 위한 교육 사업에도 나서는 등 열정적인 애국 활동을 벌였지만 그해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우리 정부는 1995년 김 지사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수여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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