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턱턱 막히는 실화…러 잠수함 침몰사건 다룬 '쿠르스크'

입력 2019-01-05 08:00  

숨이 턱턱 막히는 실화…러 잠수함 침몰사건 다룬 '쿠르스크'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2000년 8월 12일 러시아 북부 바렌츠해에서 훈련 중이던 핵잠수함 쿠르스크호가 침몰한다. 3분 간격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두 번의 폭발이 일어난 뒤 잠수함은 곧바로 108m 심해로 가라앉는다. 폭발 직후 100여명의 승조원 가운데 잠수함 제일 후미 격실로 이동한 23명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고, 러시아 정부는 구조 작업에 나선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쿠르스크'는 19년 전 발생한 러시아 핵잠수함 침몰 사건을 스크린에 옮겼다. 재난영화 형식이지만, 당시 사건을 부풀리지 않고 차분하게 조망함으로써 실화 자체가 주는 묵직한 울림을 그대로 전달한다.
영화는 심해와 지상을 오가며 긴박한 순간을 담는다. 깊은 바닷속 잠수함에 고립된 승조원들은 서로 다독이며 애타게 구조를 기다린다. 점점 희박해져 가는 산소와 뼛속까지 스며드는 추위, 막막한 어둠 그리고 죽음의 공포와 싸우면서도 전우애로 뭉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농담하며 함께 웃는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은 저절로 먹먹해진다.

지상으로 시선이 옮겨가면 숨은 더 턱턱 막힌다. 러시아군은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도 사고를 감추는 데 급급하고, 승조원 가족에게는 거짓으로 둘러댄다.
9일간 계속된 구조 작업도 진척이 없다. 심해로 내려간 러시아제 소형 잠수정 배터리가 낡아 오래 버티지 못한 탓이다. 이를 지켜보다 못해 영국 등 국제사회가 지원 의사를 밝히지만, 러시아는 군사 기밀 누설과 자국 체면을 앞세워 뜸을 들인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영화는 특별한 기교나 신파는 가급적 배제하고, 승조원과 가족들의 감정 변화를 촘촘하게 담아내며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현실에 대해선 날카로운 시선을 유지한다. 진짜 재난은 국민 안전보다 체면을 중시하는 국가 그 자체라고 말하는 듯하다. 개인의 희생을 뒷전에 두는 정부와 군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은 상당한 고역이다. 실화이기에 더욱 가슴을 짓누른다.
영화는 쿠르스크호 생존 군인들의 리더인 미하일 카레코프(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분)의 어린 아들 눈을 자주 비춘다. 러시아군이 가족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면서 거짓을 말할 때, 어린 아들은 서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쏘아본다. 마치 사건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러시아군에 지원을 제안하는 영국군 리더 데이비드 러셀(콜린 퍼스)의 시선도 마찬가지다. 종종 관객 시선은 두 사람의 시선 위에 포개진다.

영화는 이 사건을 취재한 영국 기자 로버트 무어가 쓴 책 '어 타임 투 다이'를 토대로 만들었다.
생존 선원들의 실제 리더였던 드미트리 콜레스니코프 대위는 마지막 비상등이 꺼지고 차가운 바닷물이 차오는 격실에서 연필로 생존자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아내에게 마지막 편지를 썼다고 한다. "모두여 안녕. 절망하지 마라."
'더 헌트' 등으로 유명한 덴마크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이 연출했다. 미하일 카레코프 역을 맡은 벨기에 출신 마티아스 쇼에나에츠와 정부의 무능을 용기 있게 비판하는 아내 역의 프랑스 배우 레아 세이두, 영국군 리더 역의 콜린 퍼스 등 다국적 유럽 배우들이 영어로 연기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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