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원들 "같이 가되 급하게는 가지 않을 것…출구도 생각해야"
국회의원도 의견 엇갈려 "가덕도 외 답 없어" vs "총선에 부담"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부산시장이 새해 들어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에 역량을 집중하지만, 부산시의회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제8대 부산시의회는 정원 47명 가운데 41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같은 당 소속 시장이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시의회에서 적극적으로 돕고 나서야 하지만 내실은 그렇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5일 부산시의회 안팎 분위기를 종합해 보면 민주당 소속 적지 않은 의원이 오 시장의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에 우려 목소리를 낸다.
한 중진급 민주당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이 오 시장의 핵심 공약이지만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정부 내에서 반대 기류가 만만치 않아 끝까지 밀고 나가 성사시킬 동력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공항 관련 업무를 다루는 해양교통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같은 당 소속 시장이어서 앞에 나서 반대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운 분위기"라며 "함께 가기는 해도 급하게 가지 말자라는 게 상당수 의원 생각이다"고 털어놨다.
시의회 내 분위기가 냉랭하자 오 시장은 지난해 연말 제274회 정례회가 열리는 기간에 민주당 의원을 모아놓고 신공항 관련 브리핑을 했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정부안으로 추진 중인 김해신공항 건설과 관련 소음 확대, 24시간 운행 불가능 등을 내세워 가덕도 신공항 추진 불가피성을 강조한 뒤 시의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시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오 시장의 협조 요청 등을 감안해 내주 중 의원 총회를 열어 김해신공항 불가론을 골자로 한 결의문 채택 여부와 의회 내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그러나 의회 내 분위기는 오 시장의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지지하되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출구 또한 열어두자는 의견이 적지 않다.
시의회 한 의원은 "의회 차원에서 오 시장에게 힘을 싣겠지만 임기 내내 공항문제로 시간을 다 보낼 수는 없다. 일정 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가 없으면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열어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의회뿐만 아니라 부산지역 국회의원 사이에서도 의견을 달리하는 등 신중론이 상당하다.
전재수 의원은 "부산, 경남, 울산이 참여한 김해신공항 공동검증단 조사결과를 보면 김해신공항은 소음 확대, 24시간 운행 불가, 안전성 등 큰 문제를 안고 있다. 근본적으로 가덕도 신공항 외에는 답이 없다"며 "남북 화해 속에 곧 북극항로가 열리면 항공, 항만, 철도를 연결하는 트라이포트 물류체제를 구축해야 하는데 적지는 가덕도밖에 없다"고 밝혔다.
반면 처음부터 가덕도 신공항에 회의론을 갖는 최인호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이 잘 되기를 바라지만 논의과정이 장기 국면에 빠질 수도 있고 과거처럼 다른 시·도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올 경우 큰 벽에 부딪힐 수 있다"며 "이럴 경우 내년 총선에서 부산지역 민주당 6석을 지키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부담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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