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투숙객 퇴실 후 고3생 10명 투숙한 열흘 사이 무슨 일이?
(강릉=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고교 3학년생 10명의 사상자를 낸 강릉 아라레이크 펜션 참사는 총체적 부실로 인한 인재라는 사실이 경찰 수사결과를 통해 드러났으나 가장 큰 의문점인 보일러 연통의 이탈 시기는 특정하지 못해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강원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4일 강릉경찰서 대회의실에서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 사건을 부실시공·부실 점검·부실 관리 등 총체적 부실이 불러온 인재(人災)로 인한 참사라고 밝혔다.
이 사건 수사의 핵심은 보일러 연통이 '언제·왜' 어긋나 분리됐는지가 관건이었다.
이번 펜션 참사를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과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중요한 단서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건 직후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2014년 3월 보일러 설치 당시 부실시공이 연통 이탈의 가장 원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강릉 펜션사고' 원인은 보일러 부실시공…무자격 시공자 등 2명 영장 / 연합뉴스 (Yonhapnews)
사고 펜션에 보일러를 설치한 시공업체 대표 등은 배기관과 배기구 사이의 높이를 맞추기 위해 배기관의 하단을 10㎝가량 절단했다.
이 때문에 배기관의 체결 홈이 잘려나갔고 고무 재질의 원형 '링'도 손상됐다. 내열 실리콘으로 마감처리도 하지 않았다.
부실시공된 보일러는 운전 시 발생한 진동 때문에 점진적으로 연통이 이탈해 결국 완전히 어긋났다.
여기다 보일러 급기관에서 발견된 계란 2개 크기의 벌집이 보일러의 불완전연소를 유발, 부실 시공된 연통의 이탈을 가속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문제의 보일러 연통이 언제 완전히 이탈됐는지는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4년간 펜션 영업이 이어지는 동안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가 왜 하필 고3 학생들이 투숙했을 때 벌어졌는지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지난달 17일 서울 대성고 3학년생 10명이 투숙하기 전인 1일과 8일 내국인과 외국인 단체 투숙객이 차례로 묵었다.
외국인이 퇴실한 지난달 9일부터 학생들이 투숙한 지난달 17일까지 열흘간 사고 펜션은 비어 있었다. 이 때문에 보일러도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펜션 객실의 보일러가 가동된 것은 학생들이 투숙한 지난달 17일 오전 11시다. 펜션 운영자가 학생들 투숙 전 방이 차가운 것을 확인하고 보일러를 가동한 것이다.
결국 201호 객실이 비어 있었던 열흘 사이에 과연 해당 보일러실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여전히 의문이다.
다만 경찰은 사고 직후 펜션 주변의 CCTV 분석 결과 외부인 출입은 없었으며, 인위적인 힘을 가해 연통을 뺀 흔적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도 아무리 부실시공을 했더라도 사고 직전까지 아무런 전조증상이 없다가 열흘 사이에 연통이 이탈했다는 것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사고 펜션 보일러에 대한 점검이라도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 같은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의견도 나온다.
보일러 안전점검은 매년 1회 액화석유가스(LPG) 가스공급업자가 시행하는데, 해당 펜션 보일러의 최종 점검 일자는 지난해 6월 18일로 확인됐다.
경찰은 부실하고 형식적인 점검 탓에 보일러 연통의 부실시공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참사는 부실시공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부실 점검과 부실 관리 등 여러 요인이 얽혀 벌어진 안타까운 사고"라고 말했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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