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실정 간과해 사업 무산…외주제작비 2천만원 이하 책정
(대구=연합뉴스) 이재혁 기자 = 지역 대중음악산업 발전 거점 역할을 맡은 대구음악창작소가 전문성 부족 지적에 입찰 회피 의혹까지 받고 있다.
6일 대구음악창작소에 따르면 지난해 4억9천만원으로 음악창작, 교육, 공연 등 지원사업을 했다.
국비 1억1천만원에 대구시가 3억1천만원, 남구가 7천만원을 보탰다.
음악창작소는 주관기관인 대구시가 남구에 위탁해 운영한다.
남구는 창작소를 대덕문화전당 산하에 두고, 공무원을 파견해 운영을 맡기고 있다.
음악창작소는 지난해 7월 프로젝트 밴드 운영에 3천만∼5천만원을 쓰기로 하고 세션 연주자를 모집했다.
지역 뮤지션이 음원을 녹음할 때 활용하거나 자체 공연을 연다는 취지였지만 합격자를 선정하지 못했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하나의 완성된 밴드를 구성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합격자를 뽑지 않았다.
수요가 불분명한 데다 지역 실정을 간과한 채 사업을 추진해 예산을 쓰지 못하고 남겼다.
한 음악인은 "세션 연주를 할 만한 연주자는 일이 바빠서 참여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며 "지역에서 프로젝트 밴드가 필요한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음악창작소는 올해 사업 계획안에서 이 항목을 뺐다.
창작소는 충분한 예산이 필요한 사업에는 돈을 아꼈다.
지난달 24일 연 전문가 초청 자문회의에서는 앨범제작 지원사업으로 만든 뮤직비디오에 혹평이 나왔다.
서울에서 온 음악계 관계자들은 "반드시 지역 업체에 맡겨야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서울 업체를 활용하는 게 어떠냐"고 따가운 지적을 했다.
음악창작소가 8개 참여팀에게 프로모션용 뮤직비디오를 1편씩 만들어 주는 데 쓴 돈은 모두 1천900만원이다.
1개 팀당 200만∼250만원씩을 배정하고 공모 절차 없이 임의로 제작업체를 선정했다.
예산 사정으로 제작 방식을 놓고 업체와 참가팀 간 마찰이 생기자 창작소는 참가팀들에 희망업체 비교견적서를 제출하라며 하루 기한을 줬다.
일부 팀이 다른 곳을 골랐지만 대부분 기한 여유가 없는 데다 창작소와 관계를 고려해 그대로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창작소가 업체 선정에 입찰을 피하려고 예산을 2천만원 이하로 잡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특히 창작소는 사업별 예산을 확정하지 않고 유동적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사업 무산으로 남은 돈이 있는데도 활용하지 않고 이월시킨 점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음악창작소 측은 지역 음악인과 외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사업계획을 수립했고 뮤직비디오 제작에 예산을 더 투입할 이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구음악창작소 관계자는 "실력 있는 연주자가 프로젝트 밴드에 많이 지원하지 않아 무산됐지만, 상당수 음악인이 원하는 사업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원래 라이브 영상 제작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일부 참가팀이 뮤직비디오를 원해 문제가 생겼다"며 "제작업체는 라이브 영상을 제작한 경험이 많고 보유 장비가 좋은 곳을 골랐다"고 말했다.
yi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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