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값 폭등' 시위로 최대 위기 몰린 수단 바시르 대통령

입력 2019-01-05 01:39   수정 2019-01-05 04:17

'빵값 폭등' 시위로 최대 위기 몰린 수단 바시르 대통령
민생고로 촉발된 시위, 30년 통치 바시르정권 타도 구호로 이어져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아프리카 수단에서 발생한 '빵값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지난 30년간 철권통치를 이어온 오마르 알 바시르(75) 정권에 최대 위협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4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2주 전 빵값 폭등으로 촉발된 수단의 군중 시위가 반정부 집회로 발전하면서 바시르 정권이 최대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은 이번 시위의 사망자 숫자를 37명으로 발표한 가운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지난 20년간 수단의 정치·경제 상황을 모니터링 한 미국 하버드 대 수석 연구원 에릭 리브스는 이번 시위와 시위대가 표출한 분노는 최근 수년간 보아온 그 어떤 것과도 다르다고 진단했다.
리브스는 부족한 빵과 터무니없는 가격 인상은 민중을 분노하게 했다며 하지만 그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해 1월이나 2013년 9월에 발생한 시위보다 더욱 광범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위는 정부가 작은 빵 한 덩어리의 가격을 1 수단파운드(20여원)에서 3 수단파운드로 올리면서 촉발됐다. 시위가 시작되면서 바시르가 이끄는 집권당 국민의회당(NCP)의 일부 건물과 사무실이 불에 탔다.
일부 시위대는 또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사용된 '국민은 정권의 붕괴를 원한다'라는 슬로건을 외쳤다.
군 장성 출신의 바시르는 지난 1989년 이슬람 세력을 등에 업고,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사디크 알-마디 총리와 그의 정부를 전복, 정권을 찬탈했다.
그는 수단을 철권통치하면서 서슬 퍼런 국가정보기관(NISS)을 이용해 반체제 의견을 내는 야당 지도자와 인권활동가, 그리고 언론인들을 구속했다.
이런 가운데 수단에서는 다르푸르, 블루 나일, 그리고 남 코르도판 지역에서 벌어진 정부군-반군 간 전쟁으로 수십 만명이 숨지고 수백만 명이 고향을 떠났다.
전문가들은 전쟁과 한때 곡창지대로 불리던 농토에 대한 개발 소홀로 수단 경제가 추락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20년간 이어온 수단에 대한 무역제재를 해제했지만, 국가 경제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남수단이 독립하면서 석유 매장량의 3/4을 가져가는 바람에 수단은 심각한 외화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70%까지 치솟고 빵과 연료 부족 현상은 수도 하르툼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들에서도 발생했다.
리브스는 수단 경제가 거의 10년간 내려앉았다면서 정부가 군대와 치안유지 비용에 국가 예산을 집중시켜 정권을 유지해왔다고 했다.
주요 물자 공급 루트가 수도 하르툼으로 집중되면서 밀가루 부족 현상이 발생한 외딴 지역의 타운과 도시에서 시작된 시위는 하르툼을 비켜가지 않았다.
현지 주간 경제지 엘라프(Elaff)의 편집장인 할리드 티자니는 "하르툼 외곽에서 시위가 발생했을 때 정부와 여당은 깜짝 놀랐다"면서 "집권당이 얼마나 국민과 괴리돼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티자니는 이번 시위가 지금까지 바시르가 겪은 가장 큰 도전이라고 전하면서 "시위가 그의 입지를 약화시켰다. 최근 바시르 대통령은 헌법을 고쳐 오는 2020년 대선에 다시 출마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제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 연구소의 리브스는 군의 중하위급 장교들도 국가의 경제·정치적 상황에 끔찍해 하고 있다면서 바시르나 집권당이 정치적으로 어느 정도 지지를 아직도 받는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야권과 궁여지책으로 NCP에 가담했던 사람들이 이제 정권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를 증명하듯, 이번 시위 과정에서 친정부 성향의 약 22개 정치그룹이 바시르의 퇴진을 요구했다.
비록 아주 가까운 장래에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기는 어렵겠지만, 유럽 외교관들은 바시르가 계속되는 압력에 시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관은 "결정적인 요인은 보안기관, 특히 군대의 태도"라며 "시위 진압이 너무 가혹하면 군대가 이를 용납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시위는 잠재적으로 중대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리브스는 바시르가 수단의 경제적 난관에 해답을 갖고 있지 않다며 "바시르는 공개적이고 점증하는 국민 저항에 부딪혔다. 이 모든 것이 바시르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airtech-keny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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