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연초부터 격돌…금융위 "금감원 종합검사안 수정해라"

입력 2019-01-06 06:05  

금융당국 연초부터 격돌…금융위 "금감원 종합검사안 수정해라"
윤석헌표 정책 물러설 수 없는 금감원…연간 검사계획 두고 신경전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홍정규 박의래 기자 = 양대 금융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사 종합검사를 두고 연초부터 격돌하고 있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종합검사 계획에 우려를 표명하며 수정안을 내라고 압박하고 있다.
금감원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종합검사 부활은 '윤석헌표' 금융감독 혁신 주요 과제다. 게다가 예산 등을 둘러싸고 양 기관 간 감정의 골이 이미 깊게 팬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6일 "금감원 종합검사 부활은 정책의 일관성, 금융회사의 과도한 수검 부담, 보복성 악용 등 측면에서 우려된다"면서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합리적 운영방안을 금감원이 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지난달 27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국회 정무위원회 발언과 맥이 닿는다.
최 위원장은 당시 "금감원이 금융사의 부담을 줄이고자 종합검사를 폐지하겠다고 해놓고 부활하는 데 우려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양 기관 간 갈등이 부각되는 것을 경계하는 금융위가 이처럼 안팎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금감원에 종합검사 수정안을 내라는 사실상의 압박이다. 종합검사를 금융권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악용하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금감원 종합검사 부활은 지난해 7월 발표 당시부터 물밑 갈등이 있었다.
금감원이 윤석헌 원장의 금융감독 청사진 성격인 '금융감독 혁신 과제'를 발표하면서 상급기관인 금융위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고 발표 며칠 전에 일방 통보했다며 금융위는 불쾌감을 피력했다.
금감원 역시 쉽사리 물러서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종합검사 부활은 윤 원장의 금융감독 혁신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이런 과제가 유야무야 되면 윤 원장의 브랜드가 무력화될 수 있다.
종합검사에 이어 검사 확인서·문답서까지 없앤 후 '물검사'가 됐다는 금감원 직원들의 반발 역시 종합검사 부활을 밀어붙이는 내부 동력이다.



하필 금감원 예산 등 이슈가 채 식지 않은 상황이라 분위기는 점차 험악해지고 있다.
올해 금감원 예산을 두고 양 기관은 극한의 갈등을 노출했다. 윤 원장은 예산 결정 과정에서 송년 기자간담회 등 공식 일정을 2개나 취소하며 불편한 심사를 노출했고 금감원 노조는 "금융위 해체"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결국 금감원 예산이 2년 연속 삭감되고 팀장급 15개 보직이 감축되는 결말이 났다. 금융위는 국회나 감사원, 기재부가 지적한 방침과 절차에 따라 예산심사를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지난해 윤 원장 취임 이후 양 기관 갈등의 연장 선상에서 이뤄진 일이다. 이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감리를 두고 충돌했고 케이뱅크 특혜인가 해명 문제는 불필요한 감정싸움으로 이어졌다.
노동이사제 도입이나 '키코' 사건 재조사 등 이슈를 두고선 노선 자체가 달랐다.
이런 측면에서 종합검사 계획을 둘러싼 양 기관 간 협의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는 금감원의 고유 권한"이라면서 "연초 검사계획 보고 때도 어떤 식으로 하겠다 정도 보고할 뿐 어느 회사를 대상으로 할지 등 세부 내용은 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는 금감원의 이사회에 해당하는 곳으로, 금감원은 주요 의사 결정을 하기에 앞서 사전 보고 및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올해 종합검사 방안을 협의할 때 이런 부분이 논의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금감원의 부원장보급 임원 인사 역시 양 기관 간 갈등이 미묘하게 연동돼 있다.
윤 원장은 임기 3년인 부원장보 3∼4명을 1년여 만에 교체하려 하지만 일부 부원장보들이 사표 제출을 거부하며 버티고 있다. 이들을 외부기관이라는 '출구'로 유도하려면 금융위의 협조가 절실한데 이런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니 인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이 금융위의 우려사항을 종합검사 시행방안에 일부 담을 수 있겠지만 양 기관의 이해가 워낙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만족할 만한 타협안이 도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spee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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