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꿀오소리 토크쇼'…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서 색다른 모임
"우리는 조연, 대통령은 주연"…진보매체·팟캐스터·민주당 의원 '출연진'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5일 국회에서 신년 모임을 갖고 '문 대통령을 구하자'며 결의를 다졌다.
오후 1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열린 이 행사의 명칭은 '문파 라이브 에이드(LIVE AID)-해피뉴이어 문꿀오소리 토크쇼'.
말 그대로 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이 최근 국정수행 지지율 침체를 겪는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토크쇼 형식을 빌려 개최한 이벤트였다.
45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의원회관 대회의실은 행사 1시간 전부터 참석 희망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꽃길만 가자'는 문구의 소형 피켓 1천장 역시 정오께 동났다. 무대로 향하는 계단까지 인파로 가득 차 취재진조차 입장하기 힘들었다. 주최 측은 1천명 넘게 온 것 같다고 했다.
행사장에 만난 한 자원봉사자는 "인터넷이나 SNS, 친구 연락을 받고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나 특정 진보단체와는 상관없다.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라고 말했다.
애국가 제창으로 시작된 행사는 진보성향 인터넷매체 뉴비씨의 사장과 편집장, 기자들이 무대에서 자유롭게 만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최저임금이 왜 올라야 하는지 서민경제 정책을 일반 시민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 "남북관계가 너무 잘 되고 있어서 최대한 문재인정부의 평화정책이 빛날 수 있도록 열심히 알리겠다", "문 대통령을 지킬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는 등 각오를 다졌다.
축하 공연을 위해 무대에 오른 힙합 가수 '빅사이즈'는 자신을 "국가가 인정한 좌편향 뮤지션"이라고 소개하면서 "지옥 같은 10년을 참아냈는데 조금 더 못 참겠느냐. 우리는 조연으로 대통령님은 주연으로 만들자"고 외쳤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과 김종민 의원도 각각 무대에 올라 30분간 토크쇼 형태의 강연을 했다.
김진표 의원은 "제가 알기로는 국회에 의원회관을 짓고 이 대회의실에 가장 많은 분이 오셨다"며 "이 기운이 청와대에도 전달될 것이다. 여러분의 이 기운이면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답게 그는 문재인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야권으로부터 맹비판을 받은 소득주도성장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들 하는데 경제정책이 성과가 나오려면 최소 2∼3년이 걸린다"며 "부작용 대책을 다 만들었으니 일관성 있게 추진하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튜브 생중계 방송을 지켜보던 네티즌들은 그를 '진표살'(김진표와 보살의 합성어)이라 부르며 응원했다.
이어 무대에 선 김종민 의원은 "열기가 상당하다. 이 기운을 빵빵하게 받아가겠다"면서 "설날 밥상에서 (보수 성향의) '큰아버지'를 잘 설득해 달라"고 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 의원은 특히 이 특위에서 논의 중인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 "의원들도 압도적으로 하자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독일 선거제도가 좋다고 무턱대고 그 옷을 입을 수는 없다. 한국에 맞게 사이즈를 맞춰가며 입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행사 명칭으로 사용된 '라이브 에이드(LIVE AID)'를 일컬어 "민주당도 도와주려는 것 아니냐. 민주당도 '에이드' 좀 해달라. 그래야 우리가 대통령을 확 지킵니다"라고 말했다가 청중들로부터 야유를 듣기도 했다.
사회자는 농담조로 "이러니까 가루가 되게 까이는 것"이라고 했다.
'펀치', '닥표간장' 등 진보성향의 유명 팟캐스트 진행자들의 만담으로 이어진 3부 무대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겨냥한 '작심 발언'도 나왔다.
대통령 열성 지지자 상당수가 이 지사에 비판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한 팟캐스터는 "성남의 조폭을 파고 있다. 모든 조폭의 뒤를 캐고 있다.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라면 쫄지 않겠다"고 말했다.
행사 관계자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재명 지사에 반대하는 일부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있을 수는 있지만 오늘 행사는 그들 모임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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