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2명 목숨 잃어야 6개월간 제한…"기준 강화해야"
정부 관계자 "입찰 제한하면 폐업하라는 것…여러가지 고려해야"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근로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를 낸 업체가 큰 불이익 없이 공공기관 일감을 받는 배경에는 안전보다 효율을 강조하는 제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전소 정비 주요업체로 꼽히는 A사가 2017년 11월 태안화력발전소 사망사고에도 불구하고 한국서부발전에서 큰 계약을 계속 따낸 데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의 느슨한 제재 규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가계약법과 그 시행령 등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보건 조치를 소홀히 해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부정당업자로 간주해 국가나 공공기관과의 계약을 위한 입찰 참가를 제한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입찰을 제한하는 기준은 동시에 2명 이상이 사망했을 때로 한정돼 있다.
동시 사망자 근로자 수가 2∼5명이면 6개월, 6∼9명이면 1년, 10명 이상이면 1년 6개월간 입찰 참가를 제한한다.
A사의 사고나 지난달 비정규직 근로자 김용균 씨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는 사망자 수가 각각 1명인 산업재해라서 입찰 제한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실제로 A사는 2017년 사고 이후 한국서부발전과 9차례나 계약해 514억원 규모의 일감을 받았다.
현재의 법체계에서는 김용균 씨의 사용자인 한국발전기술 역시 국가계약에서 입찰 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은 작다.
일각에선 발전업의 운전·정비 등은 소수 업체의 영향력이 큰 과점 체제여서 업계가 안전관리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쓴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이나 자동차 등 일반 민간업체는 큰 사고가 나면 작업을 중단하는데 발전은 (산업의 특성상)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실태를 지적했다.
그는 한국발전기술이나 A사에 관해 "이들은 관련 분야에서 이른바 주요업체"라며 "그런 곳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노무 도급으로 수익은 안정적으로 챙기고 있지만, 안전관리를 제대로 안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 연구위원은 "외국은 원청이든 하청이든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완전히 제거하고 나서 생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중대 재해 관련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입찰 참가를 제한하는 사망자 수 기준은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에 위임돼 있으므로 행정부의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국가계약법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수주 산업은 입찰에 참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폐업하라는 것(과 같다)"이라며 "각종 법령을 위반했을 때 개별법에 따른 제재 외에 국가계약에서도 불이익을 줄지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반응했다.
그는 입찰 참가 제한 기준이 "지금까지는 바뀐 것이 없다"며 김용균 씨 사망 후 산업현장의 안전을 강화하는 사회적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앞으로는 그런 것도 검토 과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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