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유족·학생 반발…"학교 측 '추모공간 존치 불가' 입장"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명지대가 캠퍼스 내 민주화 운동 열사 추모 시설 부지에 건물 신축 사업을 진행하면서 추모 시설을 보존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유족과 학생, 시민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6일 명지대와 강경대열사추모사업회에 따르면 명지대는 강경대 열사 추모 동판이 있는 학내 부지에 인문캠퍼스 복합시설 신축 사업을 진행한다.
강경대 열사는 1991년 4월 학원 자주화와 노태우 정권 타도를 외치며 거리 시위에 나섰다가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숨졌다.
당시 명지대 신입생이었던 강 열사의 죽음 이후 전국 각지에서 2천300여 차례의 시위가 벌어졌고, 10여명의 학생·노동자가 정권 퇴진과 민주화를 요구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의문사를 당하는 '분신 정국'이 이어졌다.
명지대 동문과 유족, 시민단체는 1992년 강 열사가 숨진 장소에 동판을 세우고 추모공간을 조성했다. 2001년과 2012년 보강공사를 거쳐 현재의 추모공간이 조성됐다.
명지대는 인문캠퍼스 복합시설 신축공사를 진행하면서 지상 2층 규모의 건물을 건설하고, 도로를 확장할 계획이다. 부지개발계획에 따르면 추모 동판을 가로질러 도로가 생길 것으로 추정된다.
강경대열사추모사업회는 부지개발사업계획으로 추모 동판이 훼손될 수 있다며 신축 사업 논의가 시작된 2012년부터 학교에 면담을 요청하고, 요구안을 전달했지만 학교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모사업회는 학교가 지난해 12월 기공식을 열기 전까지 유족과 동문, 재학생 누구와도 추모 동판 보존에 대해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현재 공개된 조감도와 명지대가 홈페이지에 올린 사업 내용에는 추모 동판에 대한 언급이 없다. 공사는 이달 10일 시작할 예정이다
학교 측은 이달 2일 "추모 동판은 존치하기 불가하다"고 추모사업회에 답했고, 3일 협의를 위해 처음으로 학교 측과 추모사업회가 만났다.
추모사업회 관계자는 "공사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논의가 이제 시작된 것 자체가 문제"라며 "추모 동판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추모 동판이 있는 곳이 강 열사가 산화한 자리이기 때문에 의미가 큰 장소"라면서 "추모 동판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보존해야 한다. 유족들도 큰 우려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학생들 역시 학교 측의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명지대 문헌정보학과 17학번 박예진(21) 씨는 "1991년 민주화의 상징하는 역사적 공간이기 때문에 추모공간을 보존해야 한다"며 "학교가 일방적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지대 측은 연합뉴스가 교내 건물 신축공사와 관련해 강 열사의 추모 동판 보존 여부를 묻는 말에 "아는 게 없다"며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p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