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서 '중국발 리스크' 부각
"미중 무역갈등도 우려"…'노벨상' 세일러 "트럼프, 비이성적 변수"
(애틀랜타=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미국의 경제정책 책임자들과 전 세계 석학들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차이나 리스크'였다.
성장률이 다소 둔화하기는 하겠지만 미국 경제는 여전히 탄탄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뉴욕증시의 급락세와 맞물려 일각에서 제기하는 침체 우려도 일축했다.
반면 중국발(發) 위험 요소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4~5일(현지시간)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진행된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는 중국 관련 세션이 집중적으로 열렸다.
총 500개 안팎의 세션 가운데 중국 관련 보고서만 110건에 달했다. 미·중 무역 전쟁을 비롯해 중국 노동시장과 생산성, 관료·정치시스템, 위안화, 부채, 부동산까지 다양한 부문을 아울렀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가 또 다른 위기의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랐다.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은 '금융위기 10주년' 공동인터뷰에서 "금융위기 이후 우려되는 부분들은 상당수 중국에서 촉발됐다"면서 "중국의 성장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우려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문제는 '블랙박스'처럼 앞으로 어떻게 커질지 모르는 불확실성"이라며 "직접적이지는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연계된 국가들에게도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도 '중국 리스크'를 꼽았다.
해싯 위원장은 '세금과 경제' 세션에서 "중국 경제 성장률이 감속하는 것은 정부당국이 주도하는 기존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최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뉴욕증시의 불안정성과 관련, "시장이 성장둔화 리스크에 반응하고 있다"면서 '중국발(發) 일부 지표'를 거론했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비중이 커지면서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버드경영대학원 로라 앨파로 교수는 브라질을 사례로 들어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밀접해지면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자체적인 혁신과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갈등은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백악관의 해싯 CEA 위원장은 "미·중 무역협상이 매우 생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낙관론을 부각했지만, 본질에서 쉽게 결론을 내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것이다.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H.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행동경제학)는 '미·중 무역갈등을 행동경제학으로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변수를 제거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세일러 교수는 "보통은 이성적인 상황에서 설명이 가능한 경제학 논리인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넛지(Nudge)로 설명하려면 우리 대통령을 빼고 얘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소 농담조이기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갈등을 장기화시키는 요인이라는 뉘앙스로 읽힌다.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의미를 지닌 영어 단어인 '넛지'는 세일러 교수의 베스트셀러 저서의 제목이기도 하다. 세일러 교수는 이 책에서 넛지를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새로 정의한 바 있다.
행사에 참석한 한국계 교수는 "미국 경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중국 경제가 불안하고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까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 같다"면서 "직접 거론된 주제는 아니지만 결국은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파장이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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