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자연유산이 반복되는 재발성 유산(recurrent miscarriage)은 정자의 결함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임피어리얼 칼리지 런던(ICL) 의대 내분비내과 전문의 챈나 제이아세나 박사 연구팀이 배우자가 3회 이상 연속 자연 유산한 남성 50명과 배우자가 자연 유산한 적이 없는 남성 60명을 대상으로 정자의 건강 상태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5일 보도했다.
자연유산이 반복되는 여성의 남편은 그렇지 않은 남편에 비해 정자의 DNA 손상이 2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는 반복 유산이 정자의 건강 상태와도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제이아세나 박사는 설명했다.
지금까지 재발성 유산은 임신 여성의 감염 또는 면역체계 문제 등 모체의 탓으로만 돌려왔다.
반복 유산 여성의 남편들은 또 활성산소(ROS: reactive oxygen species)가 대조군 남편에 비해 무려 4배나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정자의 DNA 손상이 활성산소의 증가에 의해 유발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신체의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활성산소는 세포의 단백질, 지질, DNA에 손상을 입혀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불안정 유해 산소분자이다.
반복 유산 여성의 남편들은 요도에 발생하는 클라미디아 감염 같은 진행 중인 감염질환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미루어 과거 전립선염을 겪었을 때의 박테리아가 일부 남아 잠복해 있으면서 정자에 활성산소를 증가시킨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전립선에서는 정액이 만들어진다.
재발성 유산 여성의 남편들은 평균 연령이 37세로 대조군 남편의 30세보다 많았고 약간 과체중이었다.
이것이 활성산소를 증가시킨 요인인지도 연구팀은 살펴보고 있다.
추가 연구를 통해 재발성 유산이 활성산소 증가 때문임이 확인된다면 활성산소를 줄이는 치료로 유산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임상 화학학회 학술지 '임상 화학'(Clinical Chemistry)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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