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개봉 앞두고 웰타 디지털 제작진 내한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자부심을 갖고 만든 혁명적인 작품입니다."
오는 2월 개봉하는 영화 '알리타:배틀 엔젤'(이하 알리타)은 올해 최대 화제작 중 하나다. 26세기 고철 도시를 배경으로 인간의 두뇌와 기계의 몸을 가진 사이보그 소녀 알리타가 최강의 전사로 거듭나는 여정을 그린다.
2009년 선보인 '아바타'가 3D 영화의 새장을 열었다면, 사이보그 액션 블록버스터 '알리타'는 최신 시각효과 기술력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킹콩' '아바타' 등의 특수효과 작업을 맡은 뉴질랜드 회사 '웨타 디지털'이 시각효과를 담당했다.
이 회사 소속으로 '알리타'의 컴퓨터 그래픽(CG)을 담당한 슈퍼바이저 김기범 감독과 마이크 코젠스 애니메이션 감독이 7일 용산 한 극장에서 기술 프레젠테이션을 갖고 한국 취재진과 만났다.
김 감독은 "하나의 CG 캐릭터가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끌어가는 것은 매우 드물다"면서 "혁신적인 퍼포먼스 캡처 기술 등을 사용해 배우의 모든 근육 움직임과 수백개의 표정, 치아와 잇몸까지 스캔해 분석한 뒤 생생하게 CG로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프레젠테이션에 앞서 공개된 30분 분량 푸티지 영상을 보면 알리타는 실제 배우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표정과 몸짓 하나, 피부 모공과 솜털, 머리카락 한올까지 생생했다.
'메이즈 러너:데스 큐어', 넷플릭스 영화 '버드박스'에 출연한 배우 로사 살라자르의 뛰어난 퍼포먼스 캡처 연기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그가 얼굴에 여러 점을 찍고, 수트를 입고 연기하면 주위의 적외선 카메라가 몸의 움직임, 표정을 캡처했다.
김 감독은 "로사는 매우 강력한 여배우로, 그런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여러 가지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는 동력이 됐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극 중 알리타의 큰 눈을 구현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김 감독은 "눈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이 많다. 눈의 홍채, 모양체, 돌기 등 해부학적 구조를 분석한 뒤 시뮬레이션을 통해 완벽하게 재연하려고 했다"면서 "'반지의 제왕' 속 골룸의 눈보다 훨씬 진보했다"고 소개했다.
마이크 코젠스 감독은 "대화를 할 때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는 등 알리타의 감정을 잡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면서 "우리는 사람이기에 옳고 그름을 보면서 곧바로 느끼게 된다.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구현하기 위해 그런 감정을 포착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완성작이 나오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떠올렸다.
"우리는 알리타를 완벽하게 디자인하고 디테일을 넣어 구현했다고 판단했지만,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어색함을 지적했죠. CG로 구현된 캐릭터가 인간과 유사한 행동을 할 때 사람들이 느끼는 불쾌감을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는 단어로 표현하는데, 어색한 동작이 조금만 있어도 잡아냈어요. 그래서 로사의 해부학적 구조와 눈과 입꼬리 움직임을 알리타에 적용했더니 어색함이 사라졌죠."
이 영화는 1990년 처음 출판된 일본의 대표적인 SF 만화 '총몽'이 원작이다. '타이타닉'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원작의 세계관과 캐릭터에 매료돼 실사화를 결정했으나, 당시 기술로는 구현이 어렵다고 판단해 미뤄뒀던 '인생 프로젝트'로 유명하다. '아바타' 후속편을 만들고 있는 카메룬 감독은 '씬 시티'의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이 이 작품에 관심을 보이자 그에게 연출을 맡기고, 자신은 제작자로 참여했다.
제작진은 미래의 고철 도시를 구현하기 위해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9천917㎡(3천평) 규모의 세트장을 지었다. 또 실제 남미 파나마 거리를 참고해 만들었다.
김 감독은 "모든 건물을 실제 2층 규모로 지었고 태양의 고도에 따른 색 변화를 고려하는 등 디테일하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한국 영구아트무비에서 '디 워' 작업에 참여했으며 미국으로 건너가 VFX 스튜디오 ILM에 약 10년간 몸담으며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트랜스포머 3' '아이언맨 2' '어벤저스' 등에 참여했다. 2016년부터 웨타 디지털에 합류해 '혹성탈출: 종의 전쟁'과 '알리타' 작업을 담당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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