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법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강제구인하러 온다면 우리를 밟고 가라!"
7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법원을 규탄했다.
광주지법은 이날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지고도 또 불출석한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오는 3월 구인장을 발부해 신병을 확보한 뒤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전 대통령 집 앞에서 열린 집회에는 500만 야전군·자유연대·전군 구국동지회 회원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법원의 재판과 구인장 관련 언급을 비판하면서 "38년 전 일을 광주에서 다시 재판한다는 것은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알츠하이머 증세를 이유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전 전 대통령은 이날도 독감에 걸려 고열이 심하다는 이유로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오는 3월11일 오후 2시30분 구인영장을 발부해 전 전 대통령을 출석시킨 뒤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집회 참가자들은 연사의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호응했다. '5·18 북한 배후설'을 주장하다 여러 차례 소송당한 지만원씨가 "전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북으로 날아가는 것을 막은 구국의 영웅"이라고 발언하자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들은 한 언론사 기자의 가방에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달린 것을 보고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왔느냐"며 고성과 폭언을 쏟아내 현장에서 쫓아냈다.
경찰은 전 전 대통령 자택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쳐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자택 주변은 지지자들로 소란스러웠지만, 정작 전 전 대통령 자택에서는 적막이 흘렀다. 굳게 닫힌 대문으로는 드나드는 이가 보이지 않았고, 창가에도 사람의 모습은 없었다.
앞서 전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씨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남편을 '민주주의의 아버지'라 칭해 5·18 희생자 유가족들과 시민단체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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