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경호처, 34년 조경담당 직원과 '청와대 나무이야기' 다큐 제작

입력 2019-01-08 06:00  

靑경호처, 34년 조경담당 직원과 '청와대 나무이야기' 다큐 제작
이보연 전 주무관, 해설자로 나서…靑 "나무 중심 관람법 제안"
창경궁 복원 과정에서 베일 뻔한 나무 옮겨온 이야기 등 소개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청와대 경호처가 청와대 안에 있는 나무들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직접 제작해 화제다.
청와대는 7일 50여분 분량의 '흔하지만 특별한 나무들-청와대 나무 이야기'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SNS 등을 통해 공개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해 7월 기획된 이후 5달 동안 청와대 경호처가 손수 촬영, 편집까지 담당해 완성된 영상물이다.
다큐멘터리가 완성되기까지는 지난달 31일 퇴직한 시설관리부 조경담당 이보연 전 주무관의 공이 컸다고 경호처는 설명했다.
대학에서 조경학을 전공하고 1984년에 청와대에 들어와 34년간 이 곳의 조경 업무를 담당해 온 이 전 주무관 만큼 청와대 나무를 잘 아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틈틈이 청와대 나무와 꽃에 대한 자료를 정리해 온 이 전 주무관은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직접 해설자로 나서기도 했다.
경호처는 다큐멘터리가 이 전 주무관의 해설을 통해 나무 중심의 청와대 관람법을 제안한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이 전 주무관은 청와대 주변의 나무에 관한 옛 기록부터 살피면서 청와대 내 5만여 그루의 수목 중에서 의미가 있는 나무를 선별, 다큐멘터리의 재미를 더했다.


그중 하나가 청와대 관람객이 본관 앞 대정원을 지나 영빈관으로 향할 때 볼 수 있는 향나무다.
길에 높이 솟은 이 향나무의 원래 자리는 창경궁이었다고 한다. 1980년대 후반 창경원을 궁으로 복원하는 과정에서 건물 중앙에 치솟아 베일 뻔했는데 이를 옮겨왔다는 것이다.
청와대 나무를 속속들이 관리해 온 이 전 주무관은 청와대 생활 중 가장 보람을 느낀 일로 2005년부터 5년간 청와대 숲 가꾸기 실무자로 참여한 것을 꼽았다.
이 전 주무관은 당시 청와대 본관과 관저 뒤쪽에서 소나무 자리를 위협하는 아까시나무와 팥배나무 등을 솎아베고 탐방로와 전망대를 친환경 시설로 조성하는 일을 맡았다.
그는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50여 년 전에 청와대 조림을 위해 심었던 나무들이 자라면서 숲을 해치는 상황이었다"며 "적절하게 솎아베고 길을 내야 나무와 숲이 공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전 주무관은 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1990년대 후반 숲해설가 양성 교육을 받았고 2014년에는 산림치유지도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한다.
이 전 주무관은 "산림을 가꾸는 데 그치지 않고 복지 차원에서 치유의 목적으로 숲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자체, 관련 기관 등과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j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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