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필리핀 골문 뚫는 데 67분…'밀집수비 빠른 공략' 과제

입력 2019-01-08 01:00   수정 2019-01-08 10:09

[아시안컵] 필리핀 골문 뚫는 데 67분…'밀집수비 빠른 공략' 과제
필리핀 수비에 경기 초반 고전…황인범·이청용 투입 후 흐름 개선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잠시 실종됐던 벤투호의 '지배하는 축구'가 되살아났다.
그러나 골로 이어지는 세밀한 마무리가 아쉬웠고 약팀의 밀집 수비를 더 빠르게 공략하지 못한 점은 큰 과제로 남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끝난 필리핀과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며 일단 부담스러운 첫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6위인 약체 필리핀의 골문을 67분 동안 뚫지 못한 채 답답한 흐름을 이어간 점에서 긍정적인 면보다 과제를 더 많이 발견한 경기였다.
이날 대표팀은 경기 시작 직후부터 주도권을 잡았다.
초반 위협적인 측면 돌파 등으로 기선을 제압했고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며 '지배하는 축구' 스타일을 갖춰갔다.
그러나 선제골은 생각만큼 일찍 터져주지 않았다.
필리핀은 이날 5-4-1 전술을 구사했지만, 상황에 따라 수비 숫자를 6명에서 7명까지 늘리는 밀집 수비로 벤투호의 공격을 차단했다.
대표팀엔 필리핀의 육탄 수비를 뚫을 만한 세밀함도 스피드도 부족했다.
전방으로 연결되는 패스는 부정확했고, 개인기를 활용한 빠른 돌파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몇 차례 슈팅이 나오긴 했지만 위협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원톱인 황의조는 전방에서 제대로 공을 잡아보지도 못했다.
예상대로 풀리지 않은 경기 때문인지 크고 작은 실수도 나왔다.
양 팀 통틀어 첫 유효슈팅은 킥오프 40분이 다 돼서야 나왔다.
필리핀의 수비가 다소 느슨해진 틈을 타 황의조에게 공이 연결됐고 황의조는 전매특허인 오른발 터닝 슛을 두 차례 시도했으나 골키퍼에게 막혔다.
두 번의 슈팅 사이 오히려 필리핀에 역습을 통한 강력한 발리슛을 허용하기도 했다. 골키퍼 김승규에 막혔지만 필리핀이 노리는 '한 방'이 만만한 위협이 아님을 실감케 했다.

결국 대표팀은 70% 넘는 점유율을 가져가고도 득점 없이 전반을 마쳤고 후반 초반에도 비슷한 양상을 이어갔다.
몇 차례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필리핀에 빠른 역습도 재차 허용해 가슴 철렁한 순간을 맞았다.
답답하던 경기 흐름이 풀린 것은 교체 카드를 투입한 후부터였다.
기성용의 부상으로 예상보다 일찍 황인범이 투입되고 곧이어 구자철 대신 이청용이 나서면서 템포와 패스 플레이가 살아났다.
이는 곧장 후반 22분 황의조의 선제골로 연결됐다.
교체 카드 전후로 경기 양상이 극명하게 갈렸다는 것은 남은 경기에 임하는 데 있어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이날 선발 멤버 구성이 그리 효율적이지 않았다"며 "기성용과 정우영, 구자철까지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가 중원에 동시에 들어가 템포가 살지 않았고 2선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전반전에 부진했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벤투 감독이 대표팀에 부임한 후 상대한 팀 가운데 전력이 가장 약한 팀이다.
그동안 중남미 강팀 등과 평가전에서 나름대로 효과를 본 벤투호의 '지배하는 축구'는 아시아 약팀과 경기에서는 어느 정도 수정이 필요해진 셈이다.
조별리그 남은 두 경기를 포함해 16강까지 비교적 약체들을 줄줄이 만나게 될 벤투호로선 이들의 극단적인 수비를 최대한 이른 시간에 공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한 위원은 "벤투 감독이 원하는 축구는 빌드업, 점유율 위주의 축구인데 밀집 수비를 들고 오는 상대를 만났을 때는 오늘처럼 느린 템포에서는 상대의 수비를 교란하기 힘들다"며 "상대에 따라 어느 조합이 더 효율적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힘겹게 승점 3점은 챙겼으나 3장의 옐로카드를 수집한 것은 크게 안타까운 대목이다.
특히 좌우 풀백이 모두 불필요한 경고를 쌓은 점은 남은 경기에서 능동적인 수비를 가로막을 수 있는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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