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체제 '오성운동' 소속 부총리 "우리와 '노란조끼'는 같은 뿌리"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부총리가 프랑스를 휩쓸고 있는 '노란조끼' 운동에 지지를 표명하며, 이들의 정치세력화를 돕겠다고 천명했다.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은 7일(현지시간) 오성운동의 공식 블로그에 "'노란 조끼', 포기하지 말라"는 글을 올렸다.
프랑스에서는 정부에 서민경제 향상 조치를 요구하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정부에 대한 불만을 폭발적으로 표출하는 '노란 조끼' 시위가 전국에서 토요일마다 8주째 이어지고 있다.
디 마이오 부총리는 '노란 조끼'와 오성운동은 동일한 정신에서 탄생했다며 "오성운동은 당신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디 마이오는 기성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던 반체제 정당에서 집권 정당으로 탈바꿈한 '오성운동'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프랑스의 저항운동이 정당으로 발전하는 데 오성운동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노란 조끼' 활동가들이 오성운동의 온라인 플랫폼인 '루소'를 이용해 행사를 조직하고, 선거에 나갈 후보를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원 모두가 자발적으로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오성운동은 '루소'를 통한 투표를 통해 당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주요 선거에 나갈 후보를 뽑고 있다.
디 마이오 부총리는 이어 "(창당) 9년도 지나지 않아서 우리는 집권 정당이 됐고, 우리를 비웃던 사람들은 이제 정치 무대에서 사라졌다"며 '노란 조끼' 운동이 프랑스에서도 충분히 주류 정치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코미디언 출신의 베페 그릴로가 2009년 창당한 오성운동은 좌와 우로 나눠진 기성정당의 부패를 싸잡아 비난하는 전략으로 기존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을 빠르게 공략하며 작년 총선에서 이탈리아 최대 정당으로 올라섰다.
당시 약 33%의 표를 얻어 최다 득표를 한 오성운동은 강경 이민 정책을 앞세워 약진한 극우 성향의 정당 '동맹'과 손잡고 연정을 구성하는 데 성공, 작년 6월에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부를 출범시켰다.
오성운동은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유럽 차원에서 연대할 새로운 정치 세력을 물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오성운동의 연정 파트너인 '동맹'의 대표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 역시 마크롱 대통령에 타격을 입히고 있는 '노란 조끼' 운동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취임 이후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들어오려는 난민들에게 항구를 폐쇄해 주변국과 마찰을 빚어온 살비니 부총리는 난민 문제, EU 재정규약 등을 둘러싸고 마크롱 대통령과 여러 차례 공개적인 설전을 주고 받은 사이다.
살비니 부총리는 "국민의 뜻에 어긋난 통치를 하는 대통령에게 저항하는 선량한 시민들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노란 조끼' 시위 도중 발생한 일부 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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