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생일날 방중" "對美지렛대 높이기"…행정부는 말 아껴(종합)

입력 2019-01-08 16:49   수정 2019-01-0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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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언론 "생일날 방중" "對美지렛대 높이기"…행정부는 말 아껴(종합)
북미 2차회담 '예고'-대미 협상력 높이기 분석…NYT "북중동맹 과시 신호"
WP "35세 생일을 중국서 보내"…AP "김정은, 시진핑과 사전조율 희망"
타임 "제재해제 등 회담 의제 구체적 조율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조야는 7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4차 방중(訪中)에 대해 그 파장을 주시하며 촉각을 세웠다.
미국 언론은 김 위원장이 한층 가시화하는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격 방중한 것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예고'함과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함으로써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포석을 깔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김 위원장의 방중은 트럼프 대통령과 또 다른 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조언을 구하거나 북·중 간 동맹을 과시하겠다는 신호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작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전후 각각 중국을 방문했던 점을 환기했다.
[풀영상] 北조선중앙방송, 김정은 7∼10일 방중 공식 발표 / 연합뉴스 (Yonhapnews)
워싱턴 포스트(WP)는 8일 "김 위원장이 4차 방중을 하며 중국에서 35세 생일을 보내기로 결정했다"며 '생일날 방중'에 초점을 맞췄다.
CNN은 김 위원장의 방중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물밑 대화가 한창 진행 중인 시점에 이뤄졌다면서 김 위원장과 시 주석 간 회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보수성향 국익연구소(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소장은 CNN에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을 찾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김 위원장은 미국과 한국이 제공할 수 있는 것 외에 다른 외교·경제적 선택지가 있다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에 상기시켜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거의 모든 교역이 중국과 이뤄지기 때문에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전략'을 약화시킬 지렛대를 갖고 있다는 점을 은연 중에 강조하려는 노림수가 있다는 것이다.


AP통신 역시 김 위원장의 방중 시점에 주목, "이번 방중 보도는 북미 관료들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를 논의하기 위해 베트남에서 만난 것으로 전해지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8일이 김 위원장의 35번째 생일이라는 점을 언급한 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일련의 정상회담들을 시 주석과의 회담으로 시작했다. 중국은 북한의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자 워싱턴의 압박에 대한 핵심적 완충장치"라며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전에 시 주석을 만나 입장을 조율하기를 희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중정상회담 의제와 관련,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특히 대북 제재 해제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전문가인 청샤오허(成曉河)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교수는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두 정상이 대북 제재와 관련한 다소 일반적이고 모호했던 이전 태도를 재정립하고자 심층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모든 제재를 철회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어떤 종류의 제재를 무효화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에 대해 중국과 북한이 어떤 입장으로 보조를 맞출지 등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을 다자 평화협상 체제 구축을 위한 북한의 의도와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한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비핵화를 위한 미국과의 양자 회담이 지지부진하자 중국 등 우방국을 끌어들여 협상의 촉매제로 활용하면서 보다 유리한 입지를 다져나가겠다는 포석으로 읽혔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WP에 "다자협상 발언은 다분히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위한 향후 협상에 중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은연중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북중정상회담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의와 사전조율이 어느 정도 진행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NYT는 또 김 위원장의 방중이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종료를 위한 회담에 돌입한 시점과 맞물린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대미 지렛대 강화의 기회를 중국에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지아니스 소장은 AFP 통신에 미중 무역협상이 시작된 상황과 연계지으며 "시점이 이보다 좋을 수 없다"며 "이것은 중국이 '북한 카드'를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김 위원장의 방중설이 보도되고 이후 북미 양국 정부에 의해 최종 확인되기 까지 시종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중앙정보국(CIA)은 김 위원장의 방중 보도와 관련한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우리는 당신의 질의에 대해 해줄 말이 없다"고 밝혔다.
국무부도 같은 질의에 "중국에 문의하라"고 답변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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