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궁궐·왕릉 전담 조직 출범

입력 2019-01-08 14:57   수정 2019-01-08 15:40

조선 궁궐·왕릉 전담 조직 출범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신설…조직·인력 확충은 과제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과 종묘, 조선왕릉은 조선왕실의 탄생과 삶, 죽음에 대한 인식과 철학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다. 이 가운데 창덕궁과 종묘, 조선왕릉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왕실 재산을 관리하던 이왕직이 조선 궁궐과 종묘, 왕릉을 한국 정부에 넘긴 뒤에도 이 유적들을 아우르는 전담 행정조직은 없었다. 문화재청 아래 개별 유적 관리소가 있을 뿐 궁궐과 왕릉의 보존과 복원·활용을 통합해 정책을 만들고 추진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
조선왕릉이 2009년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문화재계 안팎에서 조선 궁궐과 왕릉을 총괄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음에도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 현판을 걸고 개소 사실을 알린 궁능유적본부는 문화재청이 지난 10년간 품은 숙원 사업이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이날 오전 열린 출범식에서 "궁궐과 왕릉은 문화재청이 심혈을 기울여 국민에게 다가간 유산"이라며 "궁능유적본부가 문화재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보여주는 기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나명하 궁능유적본부장 직무대리는 "궁궐과 왕릉은 지난해 관람객 1천100만 명이 방문한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이자 문화재"라며 "막중한 책임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유적별로 특화한 활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한편, 남북 교류를 통해 세계유산에 포함되지 않은 개성 소재 조선왕릉을 추가로 등재하고 태조 건원릉에 함흥 억새를 가져와 심는 방안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궁능유적본부는 기존 궁능문화재과, 조선왕릉관리소, 4대 궁과 종묘관리소, 세종대왕유적관리소를 아래에 두고 활용정책과가 담당하던 궁궐·왕릉 활용 사업을 인계받았다.
궁능서비스기획과와 복원정비과, 4대 궁·종묘·세종대왕유적·서부왕릉·중부왕릉·동부왕릉 관리소로 구성된 2과 9관리소 체제로, 직원은 1천 명이 넘는다.



문화재청은 궁능유적본부를 신설하면서 궁궐과 왕릉을 체계적으로 운영할 토대를 놓았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된다.
무엇보다 전체 인원은 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관련 조직을 재편한 데 지나지 않는다. 공모를 통해 선발해야 하는 고공단 본부장만 해도, 기존 관련 실무 직원 자리 하나를 양보하고 만든 자리다.
정재숙 청장도 "궁능유적본부가 애초 계획과 비교해 갖춰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조직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궁궐과 왕릉은 기획, 복원·정비, 활용이 삼각축인데, 현재는 본부에 과가 두 개밖에 없어서 초기부터 조직과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했다.
이상해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이사장은 "조선 궁궐과 왕릉은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좋은 유산"이라면서도 "궁능유적본부가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문화유산인 태실까지 관심을 두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성조 문화재청 대변인은 "지금까지 4대 궁과 조선왕릉 직제는 비정상적이고 효율적이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며 "2010년 이후 궁궐과 왕릉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업무가 늘면서 새로운 조직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궁능유적본부가 궁궐과 왕릉에 얽힌 다양한 스토리를 소개하는 품격 있는 활용 프로그램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행사를 선보여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확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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