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도 과학진흥 대상', 日 법 개정키로

입력 2019-01-09 07:00  

'인문·사회과학도 과학진흥 대상', 日 법 개정키로
생명과학·안공지능 등에 '인문·사회과학 식견' 필요
법 개정되면 기존 '문과', '이과' 구분 없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윤리학과 법학 등의 인문·사회과학도 과학기술진흥 정책 지원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른 진흥시책 대상에서 제외해온 인문·사회과학을 지원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생명공학과 인공지능(AI), 기후변화 등의 분야는 사회, 인간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자연과학만으로는 대처가 어려운 만큼 인문·사회과학적 식견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생명과학의 경우 "생명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는 유전자를 비교적 쉽게 변이시킬 수 있어 환경변화에 강한 농작물 개발 등 인류가 당면한 문제해결에 크게 공헌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중국 과학자가 작년에 유전자편집 기술을 인간 수정란에 사용해 출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인공지능도 프로기사를 능가하는 실력을 뽐내고 증권거래와 가전제품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응용되고 있지만 AI무기 연구 등 윤리적, 법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허용돼야 할지에 관한 논의는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과 미국에서는 과학기술 발전의 윤리, 법, 사회적 문제의 중요성에 착안, 정부 기구가 주도하는 대형 연구 프로젝트에 인문·사회과학 분야 연구자의 참여를 의무화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정부는 내년 정기국회에서 인문·사회과학을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른 지원대상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법률 개정에 나설 방침이라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8일 보도했다.
1995년 제정된 과학기술기본법은 일본 과학기술정책의 근간이다. 이 법은 적용대상에서 "인문과학에만 관계된 것을 제외한다"는 규정을 두어 사회과학을 포함한 인문과학을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문·사회과학은 정책적으로 자연과학에 비해 지원에 차이가 있다, 인문·사회계 연구직 공무원은 자연계 연구직에 비해 초임이 낮다. 기업과 공동연구를 하는 경우에도 상대가 인문사회 계통의 연구기관이면 세금우대 혜택 등을 받지 못한다. 문부과학성 산하 과학기술진흥기구가 주도하는 연구 프로젝트도 주제를 인문·사회계통으로 국한하면 채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AI와 생명공학, 기후변동 등은 자연과학 외에 사회, 인간과의 관계 등 인문·사회과학의 식견이 필요한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관련법에서 '인문과학에만 관계된 것을 제외하도록'한 부대조항을 삭제할 계획이다. 대신 혁신 등 법 제정 당시에는 없던 새로운 개념을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법 개정이 이뤄지면 관련 예산도 증액해야 하기 때문에 여당내에서는 반대론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의장을 맡고 있는 종합과학기술·이노베이션회의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해 정부 입법으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인문과학 역사에 밝은 엔도 가오루(遠藤?) 가큐슈인(?習院)대학 교수는 "학문이 탄생한 고대 중국과 그리스에서는 모든 학문이 철학 밑에 포괄돼 있었다"고 지적하고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이 손잡고 지속가능한 미래세계로 나아가는게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마이니치는 현대사회는 갈수록 다양화, 복잡화하고 있어 더이상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분리할 수 없게 돼가고 있다면서 정부의 관련법 개정은 '문과'와 '이과'라는 기존의 분류틀을 무너뜨리는 메시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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