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시위진압경찰 때린 전 복싱챔피언 돕기 모금 논란 끝 중단

입력 2019-01-08 23:54  

佛 시위진압경찰 때린 전 복싱챔피언 돕기 모금 논란 끝 중단
구금된 전 복싱챔피언 돕기에 7천500명 이상 참여…최소 1억5천만원 모여
모금사이트 측, 비난 일자 "폭력 부추기는 모금 금지" 중단 선언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에서 경찰관들을 마구 때린 전 복싱챔피언을 돕자는 온라인 모금이 논란 끝에 중단됐다.
8일(현지시간) 프랑스TV 등에 따르면 온라인 모금사이트 '리치'(Leetchi)에는 파리 시내의 노란 조끼 시위에서 경찰관 두 명을 구타한 장면이 영상으로 찍혀 공개된 전 복싱챔피언 크리스토프 데틴제(37)를 돕자는 운동이 조직돼 7천500명이 넘는 네티즌이 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데틴제는 지난 5일 파리 시내 센 강변의 노란 조끼 시위에서 검은 외투 차림에 검은 장갑을 끼고서 진압장구로 무장한 경찰관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영상이 공개돼 현재 경찰에 구금된 상태다.
그가 전문적인 복싱 스텝을 구사하며 경찰관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영상은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퍼졌고, 그가 쓰러진 경찰관에게 발길질(싸커킥)을 하는 장면도 추가로 올라왔다.
경찰이 그의 신원을 특정해 추적에 나서자 그는 사건 이틀 후인 지난 7일 변호사와 함께 경찰서에 출두해 자수했다.
2007∼2008년 프랑스 프로복싱에서 헤비급 챔피언에 두 차례 올랐던 데틴제는 파리 근교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자수 하루 전인 6일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나는 노란 조끼"라면서 경찰의 폭력진압에 분노하는 평범한 시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온라인 모금 소식이 알려지자 정부 인사들은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엘리자베스 본 교통부 장관은 7일 프랑스앵포 라디오에 나와 "길바닥에 쓰러진 경찰관을 차고 경찰관에게 주먹을 날린 자를 지지하는 것이 과연 정상인가"라고 비난했다.
무니르 마주비 디지털 장관도 트위터에서 "경찰관을 구타한 것이 돈이 좀 되나 보다. 모든 시민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런 짓(모금)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온라인 모금사이트 '리치'도 모금 중단을 선언했다. 이 사이트 측은 8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증오와 폭력을 부추기는 내용의 모금을 규정으로 금지한다"면서 지금까지 기부된 금액은 데틴제의 변호사 비용 등에만 쓰고 남는 금액은 기부자들에게 돌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데틴제 돕기 모금은 시작된지 24시간만에 이날 오전까지 7천500명 이상의 네티즌이 기부해 11만7천유로(1억5천만원 상당)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노조 SCSI-CFDT는 모인 돈이 가해자인 전직 복서가 아닌 두들겨 맞은 경찰관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에서는 유류세 인하 요구에서 촉발된 '노란 조끼' 시위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경제·사회정책 전반에 대한 반대로 번지면서 전국 규모의 집회가 8주째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가 도로변의 차량에 불을 지르고 관공서와 상점을 때려 부수는 일이 빈발했고, 분노한 경찰서장급 간부가 무방비상태의 시위 참여 청년을 세워놓고 얼굴을 마구 때리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시민의 경찰에 대한 적개심도 커진 상태다.
프랑스 정부는 시위의 폭력 양상이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과격 시위자 등록제를 검토하는 등 제재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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