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빌라 대통령에 정권 이양 회담 요구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진통 끝에 치러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대통령 선거 결과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야당이 사실상의 대선 승리를 주장하면서 여권에 정권 이양 회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야당인 민주사회진보연합(UDPS)은 이날 자당 소속 펠릭스 치세케디(55) 후보가 지난달 30일 치러진 대선에서 사실상 이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 여당에 치세케디 후보와 조셉 카빌라(47) 현 대통령 간 정권 이양을 위한 회담을 요청했다.
UDPS는 현 여당과의 권력 분점 가능성에 대한 의혹에는 "물러나는 카빌라 대통령과 이번 대선의 승자로 추정되는 치세케디 후보 간 관계 회복을 둘러싼 소문와 관련해 이를 국가적 화해라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마크 카분드 UDPS 사무총장은 "카빌라 대통령과 치세케디 후보는 평화적 정권 교체를 준비하기 위한 만남에 관심이 있다"고 부연했다.
카빌라 대통령과 치세케디 후보는 오랜 정적(政敵) 관계로 인식된다.
이미 타계한 치세케디 후보의 부친 에티엔은 모부토 세세 세코 전 대통령과 카빌라 부자까지 지난 30년간 민주콩고를 통치한 현 여권에 맞서 오랜 기간 야권 인사로 활동한 바 있다.
UDPS의 이같은 대선 승리 주장은 대선 결과 발표가 한 차례 연기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민주콩고 선거관리위원회는 애초 지난 6일 대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더딘 개표 작업 등을 이유로 일주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대선 결과가 조작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등 정국 긴장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한 선거 감시 단체는 모니터링 대상 101개 개표소에서 결과 조작을 포함한 52건의 중대한 규정 위반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개표소의 92%는 법으로 규정된 투표수 기록 용지 공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콩고에서 막강한 대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톨릭교회는 개표 자료를 입수해 누가 승자인지 확인했다면서 지난 4일 선관위에 조속한 결과 발표를 요구하기도 했다.
정부가 허위 대선 결과 유포 등을 이유로 대선 다음 날 전국적으로 인터넷 연결과 문자메시지 전송을 차단한 것도 의혹을 부추긴다.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대선 결과 발표 연기는 집권 여당 쪽에 유리하게 결과를 조작할 여지를 남겼다"고 보도했다.
1960년 벨기에에서 독립한 이후 오랜 독재와 내전, 폭력사태 등에 시달려온 민주콩고가 대선을 통해 처음으로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뤄낼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다.
현 조셉 카빌라 대통령은 2001년 초 부친인 로랑 카빌라 전 대통령이 암살되고 나서 대통령직을 이어받아 민주콩고를 18년 동안 통치했다.
카빌라 대통령은 헌법상 임기가 2016년 12월 끝났지만,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았고 대선은 재정과 치안 문제 등을 이유로 미뤄져 왔다.
21명이 출마한 이번 대선에서는 치세케디 대표를 비롯해 또 다른 야권 후보 마르탱 파율루(61) 의원, 카빌라 대통령이 후계자로 지목한 범여권연합 후보 에마뉘엘 라마자니 샤다리(57) 전 내무장관 간 3파전 양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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