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개특위 자문위 내부서도 '360명 의원수 확대' 이견
지역구·비례대표 의석비율 빠진 권고안…"구체성 떨어져"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산하 자문위원회가 9일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득표율에 정비례하는 의석배분 선거제도) 도입과 국회의원 정수확대 등을 권고하고 나섰지만, 실제 선거제 개혁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국민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여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여야가 원칙적 공감대를 이뤘지만, 이를 어떻게 실현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놓고는 각 당의 셈법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게 사실이다.
정개특위 자문위가 권고안에 ▲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 의원정수 360명 증원과 국회 예산 동결 ▲ 투표 참여 연령 만 18세 하향 ▲ 공천제도 개혁 등의 내용을 담았지만, 기존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해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먼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난해 12월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표현으로 이미 등장했다.
다만 자유한국당은 이를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서명한 것이라며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에 난항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또한 정치권에선 결국 의원정수 증원과 지역구 의석 조정이 논의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자문위는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해 현재 300석인 의석을 360석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국민 여론을 감안할 때 의석수를 늘리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을 고려해 권고안은 '국회 예산 동결'과 '정치 개혁'이라는 안전망을 함께 제시하긴 했지만, 반대 여론을 뚫고 나갈 만큼의 돌파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의원정수 문제를 놓고는 자문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기우 자문위원은 별도로 첨부한 개인 의견으로 "지역구를 대선거구로 개편하면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지 않아도 의석 배분의 비례성을 높일 수 있다"며 "현행 소선거구를 유지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정당명부에 의한 비례대표 당선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를 늘리기 위한 편법으로 의원정수를 증원하는 것이라면 더욱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임헌조 자문위원은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더라도, 360명으로 못 박아 제안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의원정수 조정과 지역구 의석 축소 문제를 연동해 고차 함수를 풀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매 총선을 앞두고 한두 군데 지역구 조정 문제를 놓고도 여야는 극심한 갈등을 반복해 왔다.
선거제 개혁이라는 당위를 짊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 의원 개개인의 '정치생명'이 달린 지역구 축소 작업이 테이블 위에 오르는 순간 여야 논의가 무기한 답보 상태에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민감한 사안임을 의식해서인지 자문위는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의 비율을 권고안에 명시하지 않았다.
투표 연령 만 18세 하향 문제와 관련해서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면 학교 현장이 정치 논리에 휩쓸릴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투표 연령 만 18세 하향과 함께 학제 개편 논의가 맞물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밖에 자문위 내에서는 선거제 개혁과 함께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헌법개정 논의도 본격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임헌조 자문위원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양산하는 현행 대통령 중심제하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며 "국회에서 헌법개정 논의를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권력구조 개편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야가 선거 때마다 '공천개혁'을 소리 높여 외쳤지만 공천 잡음은 끊이지 않은 만큼 자문위가 공천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기보다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안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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