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지분 확대로 방송 사유화…SBS-미디어홀딩스 합병 시급"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이하 SBS 노조)가 미디어홀딩스를 필두로 한 지주회사 체제가 10년간 SBS에 3천700억원대 손실을 불렀다며 SBS와 미디어홀딩스 간 합병이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주장했다.
윤창현 SBS 노조 본부장은 9일 목동 SBS에서 '홀딩스 체제 해체를 통한 SBS 정상화 투쟁 방향'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SBS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 문제는 역사적으로 뿌리가 깊은 문제"라며 투쟁 배경을 설명했다.
SBS는 2004년 방송 재허가 국면에서 대내외적으로 쏟아진 방송 독립성 확보와 경영 투명성 강화 요구에 2008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SBS가 소속된 SBS 그룹의 대주주이자 미디어 지주회사인 미디어홀딩스가 탄생했다.
윤 본부장은 "당시 노조는 대주주 교체가 반드시 유리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고 15대 방송 개혁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 사측 시청자 대표가 참여하는 민방특위도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SBS 노조는 미디어 환경 격변과 맞물려 SBS 콘텐츠 경쟁력과 수익구조 악화라는 위기를 불렀다고 강조했다. 회사 또 약속과 달리 소유-경영 분리 원칙이 폐기됐고 방송이 사유화하면서 시청자의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문제는 지배구조 자체에 기인한다고 SBS 노조는 꼬집었다.
윤 본부장은 "과거 방송법에 따라 태영이 가진 SBS 지분은 30%였는데 미디어홀딩스가 탄생했고, 이 회사는 방송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방송법 영향을 받지 않아 지분을 61.22%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태영 밑에 미디어홀딩스가 있고, 그 아래 SBS를 비롯해 SBS콘텐츠허브, SBS플러스, 스마트미디어렙(SMR), SBS인터내셔널이 있는 구조다.
윤 본부장은 "다른 자회사들이 각자 따로 사업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SBS콘텐츠를 갖고 장사하니 이해충돌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지주회사 체제가 SBS 수익을 부당하게 유출하는 '터널링' 구조로 운영돼와 SBS는 이제 수익이 문제가 아니라 생존 가능성을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됐다"고 호소했다.
SBS 노조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회사 측 자료를 분석한 데 따르면 지주회사 체제 후 10년간 해당 거래 구조를 통해 빠져나간 SBS 수익은 3천788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SBS 노조는 회사가 드라마 분사를 통해 스튜디오 자회사 상장까지 추진하는 상황에서, SBS가 콘텐츠 유통 기능을 빼앗긴 현 지주회사 체제가 유지되면 SBS 수익구조는 더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윤 본부장은 "위기 타개의 근본적 해결책은 SBS와 미디어홀딩스 간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해체 외에는 답이 없다"며 "콘텐츠 기획, 생산, 유통 기능을 한 데 묶을 수 있고 그동안 유출된 SBS 수익도 합법적이고 안전하게 환수할 수 있다. 노사 간 10년 갈등도 종식할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10월 노조, 회사, 대주주 합의문에서도 수익구조 정상화를 위해 SBS콘텐츠허브의 SBS 콘텐츠 유통권을 지난해 회수하고 SBS플러스 합병 여부를 포함한 콘텐츠 판매, 제작 기능의 수직계열화 등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지만 실행되지 않았다고 SBS 노조는 지적했다.
윤 본부장은 이 문제가 시청자를 포함한 국민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는 물음에는 "SBS가 이익을 내면 기금 등으로 일정 부분 사회에 환원하는데 지주회사 체제는 SBS 수익을 축소해 공적 책무 회피하는 데 악용된 것"이라고 답했다.
SBS 노조는 지난 2일부터 목동 사옥에서 로비 농성을 시작했으며 대의원, 조합원 연쇄 간담회를 열어 공감대 확산에 주력 중이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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