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완화·경협, 비핵화 충분조건 아냐"…국회 강연서 분석
"김정은, 의견 조율 위해 방중", "트럼프 '톱다운' 주도, 우리에겐 기회"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설승은 기자 = 조세영 국립외교원장은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관련, "북한은 체제 안전 보장이 담보돼야 과감한 비핵화로 나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북중관계가 긴밀해지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주최로 열린 '5대 국책연구원장에게 듣는다' 강연에서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체제 안전을 보장받으려고 한다는 일부 분석에 동의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은 체제 안전 보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비핵화 노선으로 과감하게 나가기 어렵다"며 "따라서 대전제인 안전 보장 문제를 결코 간과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북한이 경제건설에 집중하기로 결단한 만큼 대북제재를 완화해주고 경제협력을 잘 하면 비핵화 등 모든 문제가 잘 풀릴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며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이 충분조건이 되지는 못한다"고 했다.
또한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에 대해 "앞으로 있을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비해 중국과 의견을 조율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우리도 남북정상회담을 하기 전 당연히 미국과 먼저 협의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말한) '새로운 길'이 미국에 대한 압박이나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며 "본심은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조 원장은 "외교는 99%가 '톱다운'의 반대인 '바텀업'으로 이뤄지지만, 이번에는 톱다운"이라며 "역설적으로 우리에게는 기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스타일이 워낙 톱다운이 강해서 미 행정부와 다소 불일치를 보이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데,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톱다운을 주도하는 게 오히려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소통 채널이 굉장히 좋다"면서 "우리가 중재자를 넘어 촉진자, 운전자 등 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원장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면 북한이 경제건설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며 "북미 간 협상이 다소 소강상태지만, 뜻밖에 군사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현상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북일 관계와 관련해서는 "일본은 내심 한반도를 둘러싼 중대한 변화 속에 소외되는 '재팬패싱'을 당하지 않으려는 전략적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일본은 물밑에서 북한과 상당한 접촉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이 일본과 관계개선에 나설 것인지는 신중히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 원장은 "우리는 한반도 긴장체제를 70년간 경험했고 큰 전쟁 없이 살아와 '이 질서 그대로 그냥 유지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사고 마비 현상이 있는 것 같다"며 "반드시 불안정한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협조체제, 나아가 통일을 이뤄 공동체 체제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강연 후 기자와 만나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과 관련해 "평화협정을 포함해 모든 사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비핵화 이후 동북아 평화 질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당연히 이야기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다자적인 평화체제를 언급했다. 북한 비핵화 논의를 하다보면 6개국(한국·북한·미국·중국·러시아·일본) 질서 세우는 이야기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평화협정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질서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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